저번주 이 시간까지만 해도 회사가 너무 지겨웠다.
테트리스 하듯이 사람이 하는 말을 ‘듣’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대답만 돌려 하다가
결국 자기가 진 한 줄을 블럭을 해치우는데에만 온갖 주의를 집중한 엔지니어들에게
환자의 안전에 대해서 의사가 지는 리스크에 대해서 목에 핏대세우는게 하등 의미 없는 일인 것 같았다.
나는 투자자도 아니고, 결정권자도 아니고, 뭣도 아닌데
그냥 상식적인 것을 바로잡고 싶을 뿐인데.
그 상식이 금전적 가치가 없으면 다른 minimum viable product 에 밀려 순서도 오지 않는 이 스타트업판이 지긋지긋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귀에 못이 앉도록 떠들고 대변해야 하는 것이, 테트리스 조각의 색과 모양을 바꿔가며 이리 저리 ‘들리도록’ 해보는 것이 내 일이 맞나, 이 일하라고 월급 주는 것 맞나, 월급을 주면서 ‘듣지는 않을거지만’ 환자와 의사를 위해 떠드는 사람을 두는 것만이 이들의 목표였나, 온갖 생각이 든다.
내 가장 큰 무기는 하기 싫은 일, 동의하지 않는 일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성껏 해내는 일이다.
정성껏 반대하고, 정성껏 설득하고, 정성껏 재바르게 쫓아다니는 동시에 실망하지 않고 감정적이지 않게 언제라도 들어줄거라고 기대하며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내가 밥값을 하는 방법이면 정말 좋겠다.
이게 내 가치를 올리는 방법이면 정말 좋겠다.
그래도 사람이 간사한게, 점심시간에 햇살아래 앉아 책 조금 읽고 음악들으면서 일기쓰는 것 만으로도, 생리가 미뤄지다 시작하고 끝난 것 만으로도, 곧 가는 휴가만으로도 그래도 세상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유치한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 시간과 고민이 내가 나를 관찰하는 끈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의식 과잉이 아니라. 파고드는 티눈이 아니라.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