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화를 나눴던 그녀는 왠지 처음 본 것 같지 않았다. 그보다 내가 이성을 만날 때 혼자 흥분해서 이렇게 말을 많이 했던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거의 처음이었다. 그보다 먼저 마음에 들어서 그랬던 걸까? 소위 말하는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를 나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연애를 할 때 번호를 따거나, 단순히 관심이 있어서 연락을 해보거나 그랬던 적이 없다. 그런데, 결국 사랑은 용기로부터 시작한다. 이 '용기'라는 것에 힘입어 평소였다면 하지도 않았을 행동들을 해버렸다.
인간은 가끔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주변인들을 놀래킨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욕심', '사랑' 이 두 가지 감정에 의해서 우리는 멍청한 행동을 한다. 마치 과거의 나처럼.
연락했던 사람과 만나 밥을 먹었다. 연어초밥을 좋아한다길래 평소 연어를 못 먹던 내가 연어초밥을 시켰다. 결국 한 입 먹고 전부 남겨야 했다. 이 또한 내가 행했던 멍청한 행동 중에 하나다. 정상적인 '썸' 관계에 그친 사람이라면 식사 자리에서 보통 취미나 관심사 등등에 대해 물어볼 테지만, 이런 말을 해버렸다.
"우리가 언제 한 번쯤은 만날 것 같아요."
이후 3초간의 정적. 나는 다른 말로 화제를 돌렸다. 내 생각에 좋은 멘트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에게 부담으로 들렸었나 보다. 이후 했던 연락에서 나는 끝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오래간의 정적과 돌아오지 않는 회신으로.
"죄송한데 너무 부담스러워요... 좋은 사람 만나세요.."
대체 왜...
연락을 시작할 때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학교만 다녀도 운명이라면 어떻게든 만나는구나.' 그런데, 그 운명이 때와 장소, 내 정신 상태까지 포함하고 있는 건 줄은 몰랐다.
내가 그날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날 일반적인 대화를 했더라면.
내가 그날 연어초밥을 다 먹었더라면.
내가 그날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줬더라면.
저 문자를 받은 날, 나는 오만가지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달라지는 게 없어 그냥 포기했다. 내 성격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에게 미련이 없다는 점이고 나는 그 미련을 누구보다 빠르게 저버렸다. 어차피 내가 운명을 믿는다면 이 또한 운명이었을 것이고, 언젠가 사랑은 찾아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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