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그날 그 술집에서
나는 그 맥주를 마시지 말아야 했어
자길 좋아하냐고 묻는 내 첫사랑의 물음에
아니라는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했어
맥주를 원샷하면 믿어주겠다는 너의 말에
술도 못 마시던 내가 맥주 한 컵을 벌컥벌컥 들이켜지 말 걸 그랬어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탓일까
비겁하게 도망치면서 첫사랑을 허무하게 끝낸 탓일까
삼십 대 후반이 되었는데도 나는 여전히 사랑 앞에 비겁하고 도망만 치느라 매번 기회를 놓쳐
아직도 스무 살의 서툴기만 한 나에게서 한 뼘도 자라지 못한 것 같아
늦었는데, 많이 늦은 거 아는데
있잖아, 나 너 많이 좋아했어
그 무렵 함께 어울려 다니던 다른 친구와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 결혼한다는 소식,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에 축하한다고 얘기했는데 사실 마음이 많이 아팠어
이렇게라도 털어놔야 비겁하고 지질했던
내 첫사랑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처음부터 다시 단추를 끼워보고 싶어
그러면 내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까?
그때는 나도 도망치지 않고 용기 낼 수 있을까?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