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7월 2일
오랜만에 집 밖으로 나왔다. 여름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야했기에. 하늘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푸르고 초목들은 생각했던 대로 초록빛으로 만발하고 있었다. 핸드폰도 에어팟도 주머니 구석으로 밀어두고 하염없이 걸었다. 한동안 마주칠 일 없던 햇살을 느꼈다. 근처에 있던 잎사귀들도 나와 같은 빛을 받고 있을텐데, 나보다 생명력이 넘쳐보였다. 바람이 불었다. 어디선가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하교 시간이 되어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도 들렸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데 어떤 아저씨가 한 손에는 피자를, 한 손으로는 담배를 태우며 무심하게 걷고 있었다. 도착한 이비인후과에는 환자들이 없었다. 대체 누가 여름에 감기에 걸리냐고, 라는 표정으로 간호사가 쳐다보고 있다. 의사는 막대기를 목구멍 안에 집어넣더니 염증이 심하다고 주사도 맞고가라고 했다. 그 말이 옳다. 주변은 초록으로 가득한데 나는 병에 시달리고 있다. 말라서 비틀어진 내 정신도 주사를 맞고 진전이 되기를 바랐지만, 호전 된 건 내 목 붓기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갈 땐 왔던 길과 다른 길로 갔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끝없는 2차선 도로, 마치 미국의 50번 국도같기도 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황량하기 그지 없었는데, 건물도 들어오고 공원도 조성해서 산책하기 좋은 길이 되었다. 내 시력으로는 어디인지도 모를 끝을 바라보며 걷고 또 걸었다. 경험으로는 안다. 이 길의 끝에는 우회전이든 좌회전이든 꺾을 곳이 있다는 걸. 마음 속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나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길을 잃어버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알아도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방법을 알 수가 없다. 지독한 지옥같은 늪에 빠진 날들을 보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