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품
여름이란다. 배우기 시작한 지 벌써 한 계절이 지났던가. 황홀하다며 a에게 사진을 받았고 초록으로 물든 그 날 b가 물었다. 너는 요즘 행복이 있냐. 단호하게 없다며 홀로 술잔을 잡고서는 이건 행복이 아니고 최소한 버티기 위함이라. 너 왜 요즘은 글도 안 쓰냐. 나는 글에 재주가 없더라고. 무언가 번뜩이는 것들이 간혹 있었는 걸 아깝잖아 계속 써 봐. 살아있기만도 벅차 내가 쓴다고 장강명이 될 수 있냐. 혹시 모르지. 그런 혹시로 붙잡고 있기엔 삶이 역시더라. 아깝다 그래도 가끔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가끔씩 보면 뭐든 재밌어. 말이나 못 하는. 하긴 행복이라 나는 사랑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운명이 있다고 믿었는데 지금의 내가 중요한 내가 되었다. 쉽게 화가 나지도 않고 쉽게 섭섭하지도 않고 모르는 사람들의 무례가 아무렇지 않고 외려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그들이 논하는 철학 따위 그럴 수도 있지. 내일 죽는다 가정을 세워보아도 나는 오늘을 어제처럼 똑같이 살으리. 스피노자의 말에 동감한다. 그래도 되풀이되는 삶에 하나 새로운 것이 생겼다면 지독한 술이 억지로 이어진 느낌의 지역감정. 원인은 있겠다만 아마 권태로운 여름이지 않을까.
@서동욱 무의미한 소비를 줄이면 권태를 이길 수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