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존나 더웠다. 기차타고 멀리 가야하는데 신호등은 바뀔 낌새가 없었다. 가만히 서있는데 땀이 줄줄 흐른다. 역 근처에는 세븐일레븐, CU, GS 편의점이 있는데 GS로 갔다. 이유는 1리터 짜리 생수를 사기 위해. 이외의 편의점에선 안팔던걸 기억하고 처음 GS로 갔는데 다행히 있었다. 사자마자 물통을 따서 절반을 마셨다. 여름날의 천원의 행복.
남들은 퇴근하는 시간에 기차를 타서 그런지 사람들로 가득했다. 창 밖에는 싱그러운 논 밭이 펼쳐져 있다. 그대로 카메라만 들고 바깥을 걸으면 릴리 슈슈의 한 장면이 될 것 같다. 직선으로 쭉 뻗은 길을 보아하니 요근래 봤던 릴스가 생각났다.
한 남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데, 그 도로 한복판에서 넋이 나간채로 걷고 있는 남자를 발견한다. 오토바이 주행자는 삶을 포기한 그의 뒷모습을 마주하고 대화를 건다. 걷고 있던 남성은 뭐라고 적당히 대답을 하다 포옹을 하자는 말에 감정에 북받쳐 울기 시작한다. 이후 경찰에 연락하고 둘은 갓길에 앉아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
무엇이 그를 극단으로 몰고 갔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저기서 걷고 있었다면 멈춰줄 사람이 있을지 생각했다. 그냥 시원하게 밀어버리지 않을까. 한마디 말로 닫힌 마음이 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삐질삐질 배어나오는 눈물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청량리행 1호선 기차 안에서 마음 정리를 했다. 헛된 희망은 품지 않기로 하고, 혼자 똑바로 서기로 했다. 아무것도 안하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으면 그대로 썩어문드러질 뿐이다. 아무것도 안하는데 내일이 달라지길 바란다면 그건 정신병 초기라고, 어떤 위인이 그랬다. 사소한 것이라도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26년 7월 3일
댓글
@이상준 감사합니다
글이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