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야 걔를 기다리는 시간이 의미있어질 것 같아서 일단 나왔어. 발레 슈즈를 사러 가러 했는데 하필 집을 나왔을때 이미 영업시간이 끝나 있었고, 책이라도 읽자 싶어 간 도서관은 도착하기 5분 전 닫았더라. 미리미리 영업시간을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야지. 특히 주말이라면 평소보다 빨리 닫는 곳이 많다는 걸 염두에 둬야지.
2주간의 여행 중 8할은 걔였어. 어쩌면 어린 시절의 걔가 걸었을 거리 혹은 그와 닮았을 풍경을 보며 걔를 떠올렸고, 그 사진을 스토리에 올리면서 걔가 이걸 보길, 보고 조금이라도 그리움을 달래길, 걔 마음이 편해지길 바랐어. 걔가 추천한 곳을 갔다는 것에 대한 예의상의 표시였겠지만 너가 내 스토리에 좋아요를 누른 하루는 너무 기뻐 좁디좁은 호스텔 침대 천장에 머리를 찧으며 일어났고, 흔한 성씨들로 만든 스티커들 중 예쁜 네 성을 발견했을 땐 사서 전해주고 싶었지. 근데 생각할수록 그런 걸 줄만한 사이는 아닌 것 같은 거야. 그래서 내 방엔 네 성이 떠돌아다녀.
언어 교환을 가는 것도 8할은 너를 보기 위해서인데 넌 요즘 또 잘 안나오지. 틈만 나면 참가자 명단을 새로고침해서 네 이름을 찾는데 아직까지 없는 걸 보면 내일은 널 못 보는 거야. 어떻게 내가 네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스토리를 올려 네가 보길 기다리는 것 뿐일까? 언젠가 네가 새로운 친구들을 충분히 사귀었다던가 하는 모종의 이유로 더 이상 언어교환에 오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난 아무것도 모른채 한참을 기다리다가 네가 잊힐 때 쯤이 되어서야 이미 너와 내 인연이 끊긴지 오래였단 걸 알게 될 거야. 그 시점이 언제였는지도 평생 알 수 없겠지만. 그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너를 일단은 기다려.
힘들긴 해도 너를 생각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설레서 좋아. 그냥 나타나주기만 해도 좋을텐데. 다음엔 언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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