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와. 나는 비 오는 날을 싫어해. 원래도 싫어했지만 지금은 더 싫어. 그때로 돌아가는 것만 같아서. 비는 예고 없이 마음을 건드려. 그래서 비가 오면 나는 항상 이어폰을 껴. 무선이어폰의 배터리가 다 닳으면 유선으로 바꿔서 끼고, 충전되길 기다렸다가 다시 무선으로 갈아타고. 빗소리에서 도망치려고 이래. 그리고 실내에서 나가질 않아. 아이들이 숨바꼭질할 때 눈을 꼭 감고선 잘 숨었다고 생각하는 거처럼 나도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셈이지. 물론 그런다고 해서 비가 그치는 게 아닌 걸 알면서도.
네가 사는 동네는 물에 잠기는 게 일상이더라. 그래서 걱정이 돼. 걱정하기 싫거든? 네가 미우니까. 근데 네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슬플 거 같아. 그래서 그냥 걱정하기로 했어.
야 죽지 마
장마철이라 그런가 요즘 들어 너 생각이 다시 나기 시작해. 헤어진 뒤로 몇 번의 여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 여름을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나 봐.
비야 그만 와
나 지난 비 오던 여름에게서 겨우 헤어 나왔는데 다시 그 계절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