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찌르르 울리는 매미소리를 들어버렸다. 버틸 수 있는 만큼 꾹 눌러놓고 있던 내 마음 속의 여름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영락없는 여름이 왔다. 몇겹의 계절을 거쳐도 맞이하게 되는 여름은 항상 새롭다. 새롭고도 어색하다. 어색하고도 낯설다. 피와 살에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걸 음을 내딛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항상 지나온 길을 미루어 보아 새 날을 맞이하는 나는 지나간 것들 에 얽매여 있기 일수다. 매년 그 자리에 놓여있는 책상과 의자도 물론 존재하지만, 사실 그 보다는 큰 마음을 먹고 당차게 버린 것들의 빈자리가 더 눈에 크게 들어온다. 이를테면 어린시절 가지고 놀 던 장난감 자동차 맥퀸과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직전 중학생의 끄트머리에서 만든 달력같은 것들이 겠다. 누구는 걸어온 지도를 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망설임이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걸어 나아가면서도 걸어온 길들을 자꾸 되밟는다. 발자국 위에 발자국이 그대로 겹쳐져서 구덩이가 더 깊이 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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