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오랫동안 oo이한테 비밀이 있었어.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다.
열넷, 세상 물정 다 알기에는 너무 어렸던 아이.
엄마가 자꾸만 공장으로 출근했다.
아빠는 어디 가고?
그렇게 물어볼 때면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우리를 안아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출장을 갔다던 아빠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게 아니라, 돌아오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원망스러웠다.
아버지가,
아버지를 돌아오지 않게 만든 다른 여자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전부 거짓이었구나.
초등학교 졸업식에 못 올 거 같다는 전화도,
출장에서 돌아올 때마다 사오던 젤리와 열쇠고리와 과자도,
그때 내가 믿었던 것들은 전부 거짓이었구나.
어렸던 나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빠,
나는 나중에 꼭 멋진 글을 쓰는 작가가 될 거야!
이상하게도 처음으로 내 꿈을 말했던 그날이 생각났다.
돈이 필요해졌다.
가장 빨리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필요해졌다.
엄마, 나 이제 글이 재미 없어진 거 같아.
엄마한테 거짓말을 했다.
그날 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울기만 했다.
그때로부터 또 8년이 지났다.
나는 그 흔한 대학교도 안 가고
곧바로 차가운 사회로 뛰어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경직되어 있는 사회를
더욱 차갑게 만드는 건 일도, 사람도,
대학교에 가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아니었다.
자꾸만 글을 보면 심장이 뛰었다.
당장이라도 가슴팍의 사원증을 벗어던지고
글을 쓰고 싶었다.
야속하게도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직까지도 궁금하다.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긴 했을까.
우리를 사랑하긴 했을까.
젤리도 열쇠고리도 과자도 전부 거짓이었지만,
나를 사랑한다는 그 말은 진실이었을까.
그래서 나는 아직도 사랑을 믿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