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좀 깨어난 기분이다.
8살 때 너 있잖아. 처음 4층에서 떨어지네 마네 했던 때. 그와중에 나름 지능이 높았던 너는 그와중에 ‘이 나이에 여기서 떨어졌던 사람이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가졌었고. 4층으로 될까? 싶은 생각도 했잖아.
떨어지고 그 이후에 일어날 일들에도 상상을 했고. 물탱크 뒤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계단에 숨었지. 아니면 10층에서 13층 사이의 작은 테라스? 옥상은 잠겨있어서 가진 못했어. 근데 들킬까봐 그 쪽 계단 조차도 가지 않았지.
12살 때에는 학교를 가지 않으려 했었어. 그대로 버스를 타고 멀리 떠나려했는데 이래저래 겁이 많았잖아. 학교를 가지 않게되면 내가 어떻게든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오니까.
그러다 ‘그래도 교복은 입어봐야지’라는 생각이 나를 살렸어. 그 후엔 고등학교는 가야지, 성인은 되어봐야지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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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미련이 있다는 게 웃기지.
그와중에 삶에 미련이 있던게 얼마나 다행이니. 세상에 단 하나도 내 편이 없는 기분이 얼마나 외로웠던지.
그럼에도 삶에 미련이 있던 게 아이러니해. 어떻게 버텨냈어? 아 그래 유서를 써대며 버텼지. 죽으려 내 흔적을 남긴 것들이 결국 날 살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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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좀 깨어난 기분이야.
20년간의 고통을 마치고 이젠 정말 오롯이 나를 위해 살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날 봐 20년 전 너가 원하던 삶이잖아. 내가 이제야 이뤄냈어. 이런 너가 앞으로 뭘 못하겠어. 너는 너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야. 살아줘서 고맙고 앞으로를 기대할게.
어린 너가 날 버리지 않은 덕분에 난 잘 살아가고있어.
20년 전의 나, 10년전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힘들었을 걸 생각하면 지금 좀 힘든 건 사치같네.
널 위해서라도 잘 살아볼게. 이 모든 유서가 끝내 유서가 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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