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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두 번째 문장

글쓴이 2026.07.17 00:41 · 수정됨조회 109#0571


이건 두 번째 문장이다.

첫 번째 문장은 아직 쓰지 않았다.


나는 글을 사랑한다. 사랑한 지 꽤 되었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낙서를 해도 그림보다는 글 한 줄 끄적이기를 즐겼다. 

좋아하는 것을 잘한다는 것은 축복 같은 일이었다.

대단한 상은 아니었어도 백일장이나, 학교 글짓기 대회에 걸린 상은 대부분 탈 수 있었다.

꿈이 생겼다.

작가가 되겠다고 했다.

나는 계획이 다 있었다.


전공을 했다. 

열심히 공부했다.

성적이 좋았다.

과 수석을 했고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칭찬을 받았다.

더 받고 싶었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

더 나아지려 노력했다.

작가가 되겠다고 했다.

내 계획은 분명 있었다.


그리고 지금 노트북을 열고 첫 문장을 친다.

여지없이 ‘나는’이나 ‘오늘은’ 같은 진부한 어휘만 떠올라 백스페이스키를 연타한다.

비어 있는 한글 페이지 위에 커서만 깜빡인다.

깜빡, 깜빡

 ㅣ   ㅣ

아, 모스부호인가.

저 안에, 

아무도 모르게 숨어있는,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는 누군가라도 있는 걸까.

누군가가 아직 있는 걸까.

작가가 되겠다고 했나.


이건 길고 긴 두 번째 문장의 나열이다.

아직도 첫 번째 문장은 쓰지 못했다.

받은 응원004

댓글 1

2026.07.20 19:31

무슨 일이든 늘 처음은 망설여지는 것 같아요 더 잘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지요 긴 고민 끝에 탄생할 첫 번째 문장이 궁금해요 기회가 된다면 꼭 들려주세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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