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두 번째 문장이다.
첫 번째 문장은 아직 쓰지 않았다.
나는 글을 사랑한다. 사랑한 지 꽤 되었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낙서를 해도 그림보다는 글 한 줄 끄적이기를 즐겼다.
좋아하는 것을 잘한다는 것은 축복 같은 일이었다.
대단한 상은 아니었어도 백일장이나, 학교 글짓기 대회에 걸린 상은 대부분 탈 수 있었다.
꿈이 생겼다.
작가가 되겠다고 했다.
나는 계획이 다 있었다.
전공을 했다.
열심히 공부했다.
성적이 좋았다.
과 수석을 했고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칭찬을 받았다.
더 받고 싶었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
더 나아지려 노력했다.
작가가 되겠다고 했다.
내 계획은 분명 있었다.
그리고 지금 노트북을 열고 첫 문장을 친다.
여지없이 ‘나는’이나 ‘오늘은’ 같은 진부한 어휘만 떠올라 백스페이스키를 연타한다.
비어 있는 한글 페이지 위에 커서만 깜빡인다.
깜빡, 깜빡
ㅣ ㅣ
아, 모스부호인가.
저 안에,
아무도 모르게 숨어있는,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는 누군가라도 있는 걸까.
누군가가 아직 있는 걸까.
작가가 되겠다고 했나.
이건 길고 긴 두 번째 문장의 나열이다.
아직도 첫 번째 문장은 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