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깨다 반복하다가
목요일 밤 11시, 잠에서 깼다
왠지 모르게 살면서 가장 멍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머릿속에 들어오는 건 그저 눈 앞의 사물들이었다
그 상태로 두 시간을 그냥 누워 있었다
그러다 문득 몸을 일으켰다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
의자 위에 우두커니 서 있기를 10분
10분 동안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또 눕고 싶어져서 의자에서 내려왔다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을 보내겠다고 했다
갑자기 내가 한 짓이 가족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서
거짓말을 치고 대신 친구를 부르겠다고 했다
그렇게 연락을 마치고
별안간 낯선 자아가 몸에 들어오기라도 한 듯
몸을 일으켜서 방을 치웠다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분리수거를 하고
시킨 옷들을 입어보고, 반품 신청을 하고
언제 시킨지도 기억이 안 나는 영양제도 먹었다
새벽녘의 나는 어디로 갔는지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우울인 줄 알았는데 조울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