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인지 할머니가 떠오를 법한 책이었고
그날은 유독 할머니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거의 3년이 흘렀다.
많은 시간이 흐른 것처럼 보이지만 할머니를 떠올릴 때 울지 않게 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장례식장에 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할머니를 너무 사랑하던 손녀로서
할머니를 보러 온 사람들을 맞이하고 인사하던 순간들이 왜 그리도 아프고 슬펐는지.
사람들과 웃으면서 술 마시던 할아버지도 할머니 입관 때 할머니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우는 게 왜 그리 슬펐는지.
나의 종교에선 환생은 믿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계속 잠들어 있는 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며 다음 생에 또 보자는 나의 간절함은 어떤 무게를 지녔는지.
너무 사랑해서 떠오르면 더 큰 슬픔이 밀어올라오는 게 얼마나 아픈지.
이런 기억들을 떠올릴수록 할머니를 더 그리워 하게 되고 더 애틋해지는 게 때론 버거워서 울었지만 이젠 할머니를 그리워 하는 게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너무 좋았던 기억들이 많아서 기억할 수 있는 한 더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싶다.
날 위해서 몇번이나 시도하고 퐁듀를 만들어주던 할머니, 먹고 싶다 하면 좋아하는 김치찜을 몇 시간 동안 요리하던 할머니, 항상 언니,나,동생까지 온 마음으로 사랑해 주신 할머니.
그런 사람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많이 사랑한다고 전했지만 끝내 대답을 못 들은 게 왜 그렇게 아쉬웠는지 모르겠다.
할머니
오랜만에 꿈에 좀 나와주시고...
내가 편지쓸 때 건강하시라는 말을 너무 진심으로 안 썼나봐요.
다음에 들고 갈 편지엔 진심으로 꾹꾹 눌러 담아 쓸게요.
우리 만나면 여행도 가고 김치찜도 먹고 나 대학 가는 것도 보고 그렇게 살아봅시다.
우리가 만난 순간이 너무 짧아요.
할머니 많이 사랑하고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시고 우리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