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고 싶었습니다.
혼신을 다해 좋아하는 전공을 찾아 입학하고
졸업과 동시에 좋아하는 일을 찾아 일한지 5년.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자주 하고 있습니다.
이상하게 어려운 환경에 많이 노출됐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인 줄도 모르고 원래 그런가보다, 하며 버텨오던 순간들.
야근은 미덕이라며 새벽 4-5시까지 회사에서 밤을 새며 작업을 하던 나날들.
지나고 보니 5년이라는 시간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요.
같은 루틴 같은 장소에서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모니터만 보았더니 어느덧 스물 세살이던 저는 스물여덟이 되어있더군요.
주변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고, 저보다 늦게 일을 시작한 친구들은 결혼 준비를 하며 인생의 2막을 향해 저보다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이상징후가 나왔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두렵다기보단 오히려 초연해졌달까요.
큰 병도 아니고, 죽을 일도 아니라지만 그래, 그렇게 살았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으로 펑펑 울었습니다.
후회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고. 그저 이제 나는 이 일을 좋아하는 것을 어느 정도 놓아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퍼서요. 사랑하는 일에 몰두하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잊고,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면해버린 것 같아서요.
당장에 일을 관두지는 못하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했습니다. 이 일을 관두고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포기해야 할 때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어른이 되겠죠.
그 순간에는 웃으면서 제가 사랑하는 이 일을 놔주고 싶습니다.
얼마 전 본 영화의 명대사를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희망을 버려라. 그리고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