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내 또래들은 아마 많이 공감할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정확히 우리 세대부터 ‘현실남매’가 티비에서 웃음소재로 등장해서 주구장창 쓰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유년기의 나는 우리집의 남매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생각을 잘 해보지 못했다. 다들 이렇게 서로 싫어하면서 사는거 아닌가?
우리 오빠는 내가 본인보다 열등한 사람임을 끝없이 증명하고 싶어했다.
신기하게도 본능적으로 강한 사람 앞에서 유순하게, 나한테는 잔인하게, 아이 답지 않게 야비했다.
덕분에 나는 학교에서는 평범하게 또래와 잘 어울리는 아이였음에도, 집에서는 음… “우리 집에서 어떻게 저런 애가 나왔지?” 정도의 취급을 받았다.
성인이 되어 나와 달리 화목한 남매관계를 많이 접하고, 피같은 내돈내산 심리상담도 받아가면서 깨달은건
내가 진짜로 비정상적일 정도로, 오빠를 경멸한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그동안 애써 해왔던 ‘현실남매’ 포장은 진짜 그냥 정신승리였던 것이다.)
여튼 이제는 왜 그렇게 싫어하냐고 묻는 말에 이제는 명쾌한 이유를 나열하는 것 보다는
"그냥 싫어!” 라는 말이 입에서 토해져 나온다.
진짜 이유가 없는게… 당연히 아니고.
그냥 우주의 별들을 일일이 헤아릴 수 없어서 “밤하늘이 참 예쁘다!” 라고 뭉뚱 그리는 것 처럼, 일일이 싫은 점을 나열하는게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제는 오빠가 싫다 라는 말도 아무한테도 꺼내지도 않는다. 그냥 오빠가 있다는 사실조차 꺼내지도 않는다. 오래된 친구들이 가족 얘기할 때 나는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내 경멸이 너무 선명하게 보여질 것 같아서.
그런데도 시도때도 없이 증오가 불쑥 올라온다. 습관적으로, 그냥 혼자 밥 먹다가도, 친구와의 약속에서도, 사소한 계기만 주어지면 온통 구역질나는 이 감각으로 잠깐 나는 마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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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분명 누군가에게는 감정의 배설이겠지만
(실제로도 토해내듯 썼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걸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 써본다. 나처럼 몸집보다 큰 증오를 가두고 있는 사람에게 이 글이 닿았으면 좋겠다. 닿아서 내가 이상한게 아닌걸 확인시켜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