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에
나는 누군가의 환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충동으로 사랑해서
관성으로 오래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금요일 밤에만 볼 수 있는
그의 옆모습과
항상 손등을 덮는 소매,
그런 것들에 빠져선
열아홉인 내게
스물인 그의 눈빛은
괜히 많은 이야기를 품은 것만 같고
매주 달라지는 감각 있는 옷과
웃음의 역치가 낮은 듯
별것 아닌 농에도
예쁘게 웃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는 일은 흥미로워
다가가진 않을 거야
걱정은 하지 마
나는 수험생이고 너는 재수생이니까
어느 날엔 그 미소를 떠올리다
심장이 너무 뛰어
공부를 단 일 분도 하지 못했고...
그 수업이 끝나지 않았으면 해서,
수능도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말 한마디 나눠 본 적 없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결국 내 환상이 빚어낸 허상임을 알면서도
오늘도 꿈에 그가 나올 것 같아 두려워
만일 그가 문학에 조예가 깊어
이 글을 읽어버리면 어쩌지?
생각만 해도 부끄럽지만
또 한 켠엔 그냥 들켜버리고싶어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