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 컴퓨터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오타나 어색한 단어를 발견하면 자연스럽게 백스페이스 버튼을 누르곤 합니다. 버튼을 누른 자리는 순식간에 깨끗해지고, 그 위에 더 마음에 드는 예쁜 단어를 다시 적어 넣을 수 있지요. 고쳐쓰고 또 고쳐써도 아무런 흔적조차 남지 않는 그 깔끔한 여백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문득 내가 지나온 하루하루도 이렇게 쓱쓱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홧김에 툭툭 던진 말로 가까운 사람의 마음을 서운하게 했던 일, 망설이다가 좋은 기회를 놓쳐버린 일, 지금 떠올려도 '아, 그때 왜 그랬을까' 하고 이불을 차게 되는 그 수많은 순간들 위에 가만히 손을 올리고 지워낼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지나간 실수를 깨끗이 지우고, 그 위에 조금 더 예쁜 말과 더 좋은 선택을 다시 적는다면 지금의 나는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는 아쉽게도 백스페이스 버튼이 없습니다. 한 번 입 밖으로 꺼낸 말은 즉각 상대방의 마음에 닿아 버리기 때문이고, 한 번 지나간 선택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이미 끝나버린 지난 일들을 떠올릴 때면 마음 한구석이 헛헛해지고 가슴이 쿵 내려앉곤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 가슴속 아쉬움을 삼키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만든 건 지우지 못해 안절부절못했던 바로 그 실수들이 아니었을까 하고 말입니다. 내 뜻대로 지울 수 없는 후회를 끌어안고 숱한 밤을 지새워보았기에, 비로소 내 안의 날 선 것들을 깎아내고 모난 마음을 조금씩 가다듬을 수 있었으니 말이지요.
지우지 못한 오타가 마음에 걸릴 때, 다음 문장을 적어 내려가는 손길은 나도 모르게 한층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삶도 딱 그와 같은 것 같습니다. 지난날의 실수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오점처럼 남아 가끔 마음을 쓰리게 하지만, 그 아린 기억을 가만히 보듬는 과정 속에서 나는 다음 말과 선택을 조금 더 다정하고 신중하게 건네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겠지요.
오늘 하루를 마감하며, 낮에 했던 작은 실수 때문에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마음 졸이고 있을 이름 모를 당신에게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을 너무 오랫동안 붙잡고 괴로워하기보다는, 내일이라는 새 종이 위에 조금 더 다정한 하루를 적어 내려갈 힘을 얻는 밤이 되기를 바랍니다. 모쪼록 마음 편안하고 따뜻하게 이 밤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