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엄마에 대해 쓰는지 알 길이 없었다 너무 무수했으므로
결핍과 풍족, 미움과 사랑, 애처로움과 애틋함(...) 그 어느 것에도 무게를 싣지 못해서일까
그래
제때 쓰지 못한 이 글이 다소 상쾌하지 못한 것은
망설이는 동안 여름은 왔고 철이 지난 마음은 이미 상해버려서 그래
내가 다니는 대학 캠퍼스 길목엔 벚나무들이 즐비해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게 벚나무인 줄을 뒤늦게 알곤 했다
벚꽃잎이 길목을 모조리 휩쓸고 가면 알은 체 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고
짓밟혀 투명해진 꽃잎으로 바닥은 지저분했다
늦게 알고 금세 잃는 게 딱 울 엄마 같다
그러게 왜 잎이 나기도 전에 꽃을 피워?
무모함
잠시 부는 바람에도 다 떨어질 연약함을 가졌으면서
봄날만 되면 슬퍼지는 까닭을 알았다
벚꽃이 피고 진 자리에서 자꾸 엄마가 아른거렸다
좀 더 많은 꽃이 피고 진 후에
몇 해가 지나 무르익었을 때 나를 품지
이모와 찾아간 당집에서
이 아이는 낳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무당의 말을 지켰어야지
엄마의 젊음을 갉아먹고 태어난 아이 같아서 오랫동안 나를 미워했다
무모한 희생에 보답하듯 살아가는 인생은 비릿한 맛이란 걸
내가 갉아먹은 게 무엇인지 두 눈과 귀로 목격했을 때서야 알았다
그 무렵은 내가 15살이 되던 해
친척들이 한데 모여 잠을 자던 날
어떠한 기척에 잠이 달아났어도
두 눈을 감은 채 귀를 쫑긋 세우던 나
엄마를 헐뜯는 수십 마디의 말
그 말들에 왜 내 맘에 생채기가 났는지는 모를
그냥 나만 엄마를 미워하고 싶다는 생각
그때 나는 서둘러 봄을 사랑했어야 했다
여름이 오면 모두 상해버릴
글과 맘과 말
결국 이렇게 모조리 버려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