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 눈에 보인다고 해서 내가 달라졌던 건 없다. 이제와서 하는 후회들은 의미가 없다. 주셨던 반찬들 다 먹을걸. 꽃이라도 들고 찾아뵐걸. 보라색 꽃을 좋아하셨다는 것도 보내드릴 때 알았다. 처음으로 아무 대가없이 사랑을 받은 대상에게 나는 뭘 했었지? 미련하게 마지막으로 남은 할머니 목소리만 가끔 틀어볼 뿐이다. 할머니는 끝까지 내 건강밖에 바라는 게 없으셨다.
예상된 이별
25년 3월 26일, 할머니와의 통화를 녹음했다. 아이폰을 쓰는지라 난생 처음 쓰는 녹음 기능이었다. 할머니는 노화로 인해 '지금부터 통화가 녹음됩니다' 같은 음성을 듣지 못한 채, 내게 밥 잘 챙겨먹으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바쁘다고 밥 거르면 안 되고 운동도 틈틈이 해야지. 건강이 전부야. 시간이 늦었는데 왜 지금 들어가. 또 야근했다고? 월급도 얼마 안 주지 사장이. 봉급은 올랐니? 어 그래 혼자 나가서 사느라 고생이 많아. 장하다. 퇴근하며 들었던 할머니의 말씀이 너무 따뜻해서 몰래 울며 대답했다. 내가 그 날 통화를 녹음했던 건 마지막 통화 같다는 직감이 들어서였다. 아니길 바랐지만 내 예상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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