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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시절인연

글쓴이 2026.08.07 22:12조회 109#0766

한때는 시시콜콜한 불평을 나누며 새벽을 채웠지만, 이제는 얼굴조차 선명하지 않은 이름들과 언제 찍었는지 모를 사진들. 고민 없이 '삭제' 버튼을 누른다. 몇 번의 터치로 몇 년의 시간들이 화면 속에서 가볍게 증발한다.

​

​흔히 시절인연을 한 객차에 올랐다 흩어지는 승객에 비유하곤 한다. 각자 내릴 정차역이 달랐을 뿐이니 아쉬워할 필요 없다고. 그저 나라는 정류장을 잠시 거쳐 갔을 뿐이라고. 그 말은 제법 그럴듯한 위로가 된다. 실제로도 내 삶이라는 궤도에 잠깐 머물다 무덤덤하게 하차해 버린 이들을 지워내는 일은, 이토록 싱겁고 아무런 잔향도 남기지 않았으니까. 그들이 그립지도, 원망스럽지도 않다. 그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있는것이니 그저 고마움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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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으로 움직이던 엄지손가락이 당신 사진 앞에서 멈칫한다. 지우지도, 그렇다고 선뜻 누르지도 못한 채 허공을 맴도는 손가락. 누구나 그저 스쳐 지나가는 승객일 뿐이라는 그 위로가, 이 묵직한 이름 하나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흔들린다. 당신은 내 기차에서 내리지 않았으면 했는데. 삭제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밀려오는 기억을 되짚어보다 문득 깨달았다.

​

​

​아, 당신은 내 열차에 잠시 머물다 떠난 승객이 아니었구나.

한때 나를 어디론가 마구 끌고 가던 기관사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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