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흘러가고픈 사람이었다
고여있는 삶이 제일 싫다고 말하는 사람인데
왜 지금은 고여 있다 못해 여길 고집할까
삶을 포기하는 것만큼
오래 고여있는 방법이 어디 있다고
어떻게든 악착같이 살아내야지 흘러갈 수 있다
애초에 흐른다는 표현을 쓴 게
물을 생각한 거였는데
물처럼 흐르다 보면 어느 과정을 거칠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바다로 간다고 생각해서
흐르는 삶을 갈망한 거였는데
중간 과정이 무서우면
흐르는 삶은 살 수가 없구나를 깨달은 밤이다
나는 쫓기는 게 제일 싫어서
사실은 너무 무서워서
술래잡기도 못하는 사람이다
시간에 쫓기는 게 술래잡기의 배로 무서워서
매일이 조급하다
조급한 시간으로부터 도망치다 보니
숨이 차서 결국엔 완전히 멈추는 것 밖엔 할 수 없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몇 달 전만 해도
반복되는 일상 같은 거였고
늘 이겨냈었는데
이번엔 정말 앞이 보이지 않는다
모르겠다
나에게 늘 해답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인 정말 고여있는게 답인 것 같다
삶을 포기하기에 나는 내가 보석이라는 것을
세상 누구보다 잘 안다
삶을 이어가기에 나는 내가 너무 지쳐버렸다는 것을
여기서 쉬어가는 것마저 쉽지 않다는 것을
나에게는 모와 도밖엔 없다는 것을 더 잘 안다
처음부터 물을 꿈꾸지 말 걸 그랬다
물은 세상에서 사라질 수가 없다
순환하기 때문에
증발해도 결국에는 구름이 되고 비가 되고
바다에 당도하기 때문에
다 아는데도
나는 아직도 흘러가는 사람이고 싶다
당장 내일 아침에 아빠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못 가겠다
아빠를 보면 아빠 곁으로 가고 싶을 것 같아서
평생 고여있는걸 택하고 싶을 것 같아서
당신이 내 곁에 계셨다면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었을지
궁금하다
답답하다
사실 내 해답은 늘 당신께서 쥐고 계셨던걸까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생각보다 사는게 왜 이리 어렵냐
백 세 시대
남은 80여년은 어떡하라는 거냐
글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얼마나 오래 혼자 버텨오셨을지가 느껴져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단순히 “힘들다”라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시간을 지나오신 것 같아요. 그런데 한 가지는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의 당신이 고여 있는 사람이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흘러가기 위해 애써온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했고,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애써오셨잖아요. 잠시 멈춘다고 해서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도 늘 강물처럼 흐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때로는 웅덩이에 머물기도 하고, 땅속으로 스며들기도 하고, 구름이 되어 잠시 머무는 시간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물이 더 이상 물이 아닌 것은 아니니까요. 지금의 시간이 당신이라는 사람의 끝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과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삶을 포기하기에 나는 내가 보석이라는 것을 세상 누구보다 잘 안다”라는 문장이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저는 그 말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당신 스스로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잠시 길을 잃을 수는 있어도, 당신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바다까지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다시 흘러가기 위한 힘을 모으는 시간일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당신이 다시 흘러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부디 따뜻한 밤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