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흘러가는 사람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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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J님. 날씨가 무척이나 더워요. 해가 떨어지고도 땀이 뻘뻘나서 방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고 싶지 않은 요즘입니다. 우연찮게도, 이 새벽 일과를 끝내고 저는 J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저에게 소중한 친구인 J에게 편지를 딱 쓰고 나니 이곳에 또 다른 J가 남긴 글이 있어 홀린듯 눌러보았던 것 같습니다. 우울에 걸리면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한 때 오래 고여있었기에, J님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읽으면서 그 당시 제가 적은 글인줄 알았습니다. 고립되어가는 게 무서워서 억지로 깨고 나오면 생각치도 못한 것에 영향을 받아 더 견고한 네모에 갇히곤 했습니다. 세상의 수 많은 생명이, 사람들의 숨이, 속절없는 시간이 전부 다 지겹고 버거워서 스스로 네모를 만들어 저를 가두고나면 현실이라는 것을 미뤄두고 안락함을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그 안락함은 잠시이며 곧 더욱 나를 몰아낼 것이란 걸 알았지만 당장에 나를 살리기 위해 저는 고립을 자처했습니다. 저는 되는대로, 어떻게든 무턱대고 뭐든 제가 나아가길 바랐고, 멈춰 서서 변하지 못하는 걸 두려워했습니다. (여전히 그런 면모가 있구요) 나의 고통과 아픔은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헤아릴 수 있기 때문에, 제가 억지로 땅을 파 물줄기를 만들지는 못하겠지요. 저는 저를 가두고 있을 때는 타인의 빛 좋은 위로가 그리 달갑지 않았기에 어떤 말을 내려놓아야 전달이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한 가지 꼭 당부드리고 싶은 건, 저도 그런 경험을 했고 여전히 이겨내며 지내고 있습니다. 여적 네모에 갇히기도 하고 가끔 깨고, 일상을 살다가 또 너무 깊은 곳에 들어가게 되면 깨야겠다는 자각 자체가 들지 않지요. 그제서야 나 정말 큰일났구나...싶다가도 어찌저찌 나옵니다. 저는 제가 고립된 이유 중에 '나만이 이런 삶을 사는 것 같고, 남들은 멀쩡히 잘 살아가는데 나만 버겁구나.' 하는 생각이 정말 크게 자리 잡혀 있었어요. 남들은 괜찮은데 나만, 이라는 생각이 더 저를 옥죄었던 것 같습니다. J님이 혹여 저와 비슷한 것을 느끼신다면 그런 생각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인간으로 태어나 지성을 가졌다면 언젠가 모두가 겪을 큰 산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게 사춘기든 20대든 30대든, 그 이후의 어떤 시간이든 삶을 살아가다보면 넘어야 할 산이라고. 그렇게 굽이굽이 산을 넘는 게 지겨운 인생이고, 누군가 원할 삶이라고. J님은 지금 남들이 지냈을, 지내고 있을, 지내야 할 순간을 현재 겪고 계신 것 뿐일 겁니다. 저는 지금 그런 생각으로 네모를 깨고 나왔거든요. J님은 고여있다고 하셨지만 지금도 흘러가고 계실겁니다. 더욱 크고 맑은 물줄기를 타고 가기 위해 어딘가로 가고 계실거예요. 삶에 쉼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조급하게 생각말고 시간을 흘러가는대로 두세요. 두서없이 적은 글이라 괜히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 아닐지 어떨지 걱정이 됩니다. 두려워 남기지 않자니 응원하는 마음을 놓고가지 않을 수가 없네요. 함께 잘 이겨내봐요
글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얼마나 오래 혼자 버텨오셨을지가 느껴져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단순히 “힘들다”라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시간을 지나오신 것 같아요. 그런데 한 가지는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의 당신이 고여 있는 사람이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흘러가기 위해 애써온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했고,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애써오셨잖아요. 잠시 멈춘다고 해서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도 늘 강물처럼 흐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때로는 웅덩이에 머물기도 하고, 땅속으로 스며들기도 하고, 구름이 되어 잠시 머무는 시간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물이 더 이상 물이 아닌 것은 아니니까요. 지금의 시간이 당신이라는 사람의 끝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과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삶을 포기하기에 나는 내가 보석이라는 것을 세상 누구보다 잘 안다”라는 문장이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저는 그 말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당신 스스로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잠시 길을 잃을 수는 있어도, 당신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바다까지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다시 흘러가기 위한 힘을 모으는 시간일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당신이 다시 흘러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부디 따뜻한 밤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