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 글에 도달한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당신으로서 살고 싶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나로서 살고 또한 죽고 싶기에
내 안의 온갖 슬픈 마음들을 이곳에 한껏 전시하노니
그 어떠한 이름으로라도 세상이 당신을 부정하려거든
그 어떠한 이유로 당신이 당신의 삶을 부정하려거든
그대들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 몇 가지 위안과 깨달음을 얻으라
살고 죽는 고민
이따위 고민을 하는 것에
나는 이제 넌덜머리가 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는 멍청할지언정 끝까지 멍청할 것이며
그러므로 그대는 심연을 들여다보려거든 아주 몹시 들여다보라
끝까지 꿰뚫어 본즉 구멍이 나도록 째려보라
그것 외에는 우리가 사는 방법이 없으므로
어제는 별안간 몹시도 살고 싶어져서
저 멀리, 양산동까지 걸어보았다
마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사람처럼
황망해진 기억 속을 나는 무겁고도 오래도록 걸어보았다
담양으로 쭉 뻗어진 고속도로 옆에 자리한
깎아 내지른 뒷산을 타고 넘어서
요란하게도 방황했던 그 시절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즉시 죽빵을 한 대 갈겨줄 것이다
여차저차 처절한 겨울을 보냈던 그곳은 용두주공
몇 호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기에
113동 그 앞을 서성이다 다시 나의 집으로
어떤 영화의 베이글을 들먹거리며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
이를테면 시간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그것들은 또한 분리되지 않는다
오늘 밤이 지난다고 해서 내가 새로운 사람이 되지 않는다
참으로 그것이 내겐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가?
나는 지나간 어제들과 단 하루도 이별하지 않는다는 게
내가 살아있음을 구태여 설명해야 한다는 게
나에게는 몹시도 처절한 일이다
생각에는 힘이 없다
죽고자 하던 살고자 하던 아무런 변함을 가져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이 순간에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 그저 그런대로 살아 있다
변함이 없다
그대는 꿈틀거리는 것들을 알고 있는가
봄날의 목련, 여름날의 매미, 가을날의 철새나 겨울의 눈사람
흔들리며 좌절해도 어떻게든 살아가는 젊음들
자신에게 허락된 순간을
한껏 자유로이 누릴 줄 아는 그런 존재들을
그대는 알고 있는가
숨이 차오르도록 달려본 경험이 있는가
아주 작은 무언가에 눈길을 준 기억이 있는가
세상이 떠나가도록 울어본 경험이 있는가
나에게는 딱 그만큼, 당장의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순결하고 뜨겁게 타오르는 투쟁이
지나갈 오늘, 또한 지나버린 어제와 이별할 수 있는
그런 덤덤하고 처연한 마음이
나에게는 간절히 필요하다
거저 주어진 삶이다
그런 객관적인 사실만으로도 나는 존재할 수 있는가
혹은 구태여 누군가의 목격과 인정이 필요한 것인가
우리는 스스로를 완전히 설명할 수 있는가
한때는 그것을 간절히 바란 적이 있었지
솔직하게 말해서 이제는 잘 모르겠다
생명만큼 처절하며 또한 고결한 것도 없지만
자꾸만 그 자체를 부정하고
무언갈 덧붙여 설명하려고 한다
모순이로구나
삶을 삶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객관적 사실에 자꾸만 주관을 덧붙이는 것도
거저 주어진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것도
결국에는 모순인 것이다
참으로 모순이어라 우리 삶들아
그러니까 우리는 맴맴 울자꾸나 맴맴 울자꾸나
그리하면 여름이 올 것이다
이런 것들이 나에게는 한이 된다
이윽고 알아채버린 내 안의 결핍이 된다
한과 결핍
축축하고 질척거리는 그런 것을 한데 그러모아
어떠한 꿈으로 뭉쳐버릴 것이다
매미처럼 맴맴 울어서든
나귀처럼 응앙응앙 울어서든
어떻게든 내일로 나아가려 한다
그리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나의 삶을 지켜보시라
어떻게든 꿈을 좇는 나를 보시라
내가 내일로 가는 것이다
나도 내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한 단어
한 글자라도 써버린 뒤에는
그 이전과 우주만큼의 차이가 벌어진다
난 여전히 내 마음을 부끄러운 것으로 치부하지만
이제는 내 글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더러 있음에
무한한 감사와 응원을 표한다
그러므로 나는 빠짐없이 기록할 것이며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설명하고자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그러니 그대도
한 글자를 쓰는
한 발자국을 내딛는
그런 용기를 품으시오
사랑하는 당신들 젊음이
그런대로 죽어가지 않길 바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