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덥다. 너무 덥다. 원래는 이 더위마저 좋아하는 편인데도 덥다. 43도는 정말 덥구나. 지금 보르도가 사하라 사막보다 더운 지역이라는 사실을 모두 아시는지. 유럽에서 제일 더운 지역이 바로 보르도라는 사실을 아시는지. 나는 녹는 게 아니라, 몸속 수분이 빠져나가 건조해지기 일보 직전이다.
밤에는 잠을 못 이루고 선풍기와 씨름하다가, 한국 아침 시간이 다 되어 아빠랑 전화하고 나서야 겨우 마음이 놓여 잠들었다.
아침에는 불닭 파스타를 해 먹고, 계속 더위와 씨름하다가 그녀와 전화했다. 간만에 반가워 웃음짓다가 김치 냉파스타를 해 먹었다. 간장을 많이 넣어서 조금 짰다. 뒤늦게 덜어냈지만 이미 간이 다 배어 짭조름했다. 그래도 시원한 블랑이랑 마셔서 그런지 먹을 만했다.
BoJack Horseman 시리즈를 보다가 엔딩곡인 Back in the 90’s가 마음에 들어 유튜브에 찾아 몇 번 더 들었다. 그러다 자동 재생된 곡, Mystery of Love. 열여덟 살쯤 봤던 Call Me by Your Name의 OST다. 오랜만에 다시 들으니까 갑자기 이 여름에 이탈리아에 가고 싶은 게 아니겠는가. 맥주 두 병에 더위를 먹어서 그런지 알딸딸해지고,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니 자꾸 상상에 잠긴다.
멋진 녹음. 사랑하는 사람. 덥지만,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그 순간이 얼마나 의미 있는가. 나의 이탈리아, 나의 여름의 이탈리아는 부디 mystery하지 않기를.
괜히 어떤 나라나 도시, 어느 바나 펍, 혹은 사소한 하나의 특징에까지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를. 과거의 일을 들쑤셔 현재를 저버리지 않기를. 충분히 잊을 건 잊고, 충분히 얻을 건 얻을 수 있는 나니까.
괜히 “이래서 싫어”, “이래서 안 돼”, “이래서 별로야”라는 말은 웬만하면 하지 않기를. 그냥 받아들이길.
엘리오, 엘리오, 엘리오.
올리버, 올리버, 올리버.
맥주는 이제 그만 넣어두고,
내 뱃속에.
뫼르소를 꺼내야겠다.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