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을 유영하는 단어들을 하나씩 골라잡아 보려 합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참 많은 말들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어떤 말은 금세 손을 빠져나가고, 어떤 말은 한참을 맴돌다가 문득 마음에 걸려듭니다. 그렇게 마음속을 천천히 오가는 말들을 하나씩 붙잡아 바라보고 있으면, 요즘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먼저 골라잡은 말은 다정함입니다. 참 좋은 말입니다. 누군가를 특별히 위로하지 않아도, 대단한 것을 해주지 않아도 생겨나는 마음입니다. 한 번 더 들어주고, 조금 천천히 말하고, 상대가 어떤 마음일지 잠시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다정함은 생겨납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흘러가더라도 사람을 대하는 일만큼은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이 말을 좋아합니다.
그다음에는 고마움이 보입니다. 평소에는 너무 익숙해서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이 사실은 참 고마운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말입니다. 아침이 다시 찾아오는 것,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아무렇지 않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고마워할 일이 생각보다 많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고마워하지만, 어쩌면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 자체가 이미 꽤 고마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안쪽을 들여다보면 안부라는 말도 있습니다. 잘 지내느냐고 묻는 말입니다. 별일 없느냐고 묻는 말이고, 요즘은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는 말입니다. 참 짧은 말인데 그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네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마음, 별일 없이 지냈으면 좋겠다는 마음, 한동안 만나지 못했더라도 여전히 너를 기억하고 있다는 마음이 그 짧은 말 안에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래 연락하지 못한 사람의 이름이 문득 떠오르는 날이면 괜히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딱히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연락창을 열어보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가장 평범한 말을 적습니다. 잘 지내?
그 옆에는 기대가 있고, 그 곁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일을 기다리는 마음이고, 뜻대로 되지 않는 날에도 언젠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믿어보는 마음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손에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다음 계절을 기다리게 하고, 오늘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날에도 내일을 바라보게 합니다. 그래서 희망은 오히려 흐린 날에 더 잘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어보는 것. 어쩌면 사람을 계속 살아가게 하는 것은 그런 작은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정함, 고마움, 안부, 기대, 희망. 마음속에서 골라낸 말들을 가만히 늘어놓고 보니 모두 비슷한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 혼자 잘되기를 바라는 말이라기보다, 나와 당신과 우리가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들입니다.
그래서인지 무엇을 골라잡고 하루를 살아갈 것인지는 생각보다 중요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걱정보다는 기대를, 후회보다는 고마움을, 조급함보다는 기다림을, 무심함보다는 다정함을 조금 더 자주 골라잡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마음먹는다고 늘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 싶은지는 잊지 않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안부입니다. 잘 지내느냐고 묻는 일입니다. 별일 없는지를 궁금해하는 일이고, 그저 그 사람이 무탈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기를 바라는 일입니다. 행복하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거창하고, 힘내라고 말하기에는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는 사람에게 미안합니다. 그래서 그저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장 평범한 말에 담아 건네봅니다.
잘 지내세요.
잘 먹고, 잘 자고, 가끔은 마음껏 웃으세요. 마음이 무거운 날에는 무거운 대로 하루를 지나가고, 별다른 일이 없는 날에는 그 평범함을 조금 오래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에 계시든,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시든,
오늘도 잘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