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 두 달 차, 갑작스레 결정된 한 달 반의 명륜동 살이.
내 아침 식탁은 사돈의 집 인덕션과 개수대 사이 20센티미터였다. 타인의 호의에 얹혀 사는 몸은 아침마다 그 좁은 폭에 서서 토마토와 계란을 삼켰다. 바닥에 잠든 사돈의 머리맡 위에서 조용히.
그날은 이상하게도 늘 쓰던 노이즈캔슬링 헤드셋이 가방 속 깊이 파묻혀 있었다.
차단막이 없는 아침 거리엔 마을버스의 우렁찬 방귀 소리, 버스 입구로 어깨를 밀어 넣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흐르고 있었다.
붐비는 버스에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가 탔고, 누군가 파란 좌석을 양보했다.
"아이고, 미안하네… 고마워요."
"원래 나이 드는 건, 미안한 거야."
물기가 덜 마른 귓바퀴로 할머니의 나지막한 속삭임이 스며들었다.
안전봉을 잡은 할머니의 주름진 손등 위 핏줄이, 바닥에 깔린 사돈의 이불 사이를 조심스레 피해 다니던 내 발꿈치의 힘줄만큼 팽팽해 보였다.
누군가의 자리를 잠시 빌려 쓰는 일이라든가, 타인의 호의를 받는 일 앞에서, 고마움보다 미안함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언제까지나 미덕이려나.
평생을 살아내고도 나이듦마저 빚처럼 짊어진 할머니의 굽은 어깨. 낯선 도시에서 웅크린 채 잠들던 내 모습과 닮은 구석이 있다.
앞으로 더 나이가 들면 들었지 젊어질 리 없는 삶에서,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미안함을 등에 업고 살아가게 될까.
버스는 다시 덜컹거리며 가파른 언덕을 내려갔다. 나는 미처 가방 속 헤드셋을 다시 꺼내어 귀를 막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