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람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뜀걸음을 했던 날,
매일 아침 점호 때 맡던 진주의 풀내음이 섞인 새벽 공기,
훈련소를 수료하고 오랜만에 엄마 아빠를 꼭 끌어안아본 날,
행정학교에서 이론 수업을 듣던 날,
크리스마스 때 기상송으로 틀어줬던 캐롤,
새해의 들뜬 마음을 삼켜야만 했던 1월 1일,
서산으로 가는 버스,
서산에 처음 도착한 날,
동기들과 어색한 인사,
목청이 터져라 했던 경례,
펑펑 내리는 눈을 보며
잠시나마 좋아했던 친구를 떠올렸던 그 날,
소대로 배속되던 날,
정이 들어 헤어지기 싫었지만, 같은 자대에 있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는 인사,
선임들이 무서웠던 날,
맞후임을 받은 날,
첫 후임, 그들에게는 첫 맞선임이었기에 서로가 미숙했던 날,
후임에게 처음으로 화를 냈던 날,
미안했지만 미안하다고 말을 못했던
전역하는 날,
전역빵을 맞고, 언제 후임들이 이렇게 많이 생겼나 생각이 들던 날,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고,
나에게 잘가라는 인사와, 고생했다는 말들
나는 그렇게 좋은 선임이 아닐거라,
미안함과 왜인지 모를 자괴감,
더 잘해줬어야 했다는 아쉬움에 눈물이 흐르려는걸
억지로 삼키고 웃으며
정든 호실을 가만히 바라보다 나서는 전역길
나는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었을까
나에게 그들은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이곳은 나에게 좋은 곳이었을까
이곳이 언젠가는 그리워질까
잘가,
서산, 나의 스물두살, 나의 아픔, 나의 슬픔
그리고 꾹 참아온 나의 눈물도.
행복해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