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제 인생 가장 뜨거웠던 여름도 시간이 흐르니 점차 흐릿해져 가네요. 장마와 함께 더위도 점점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저는 일교차가 심한 여름의 끝자락을 참 좋아합니다. 낮에는 이불 속에 숨어 제 모습을 감춰두지만 새벽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 올 때는 저를 온전히 꺼내둘 수 있기 때문이죠. 새벽마다 꾸준하게 생각하지만 저는 제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봐요.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조차 잘 모르더라고요. 금년 8월은 저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허나 막상 8월이 되어도 그렇게 행복하진 않더라고요. 그토록 바래왔던 전역인데 마음 속 한 켠은 여전히 깊은 우울에 빠져 있어요. 전역만을 기다리며 계획했던 것들이 참 많은데 야속하게도 원인 모를 마음의 병이 제 계획들을 자꾸 방해하고 있어요. 사실 마음의 병이 아닐 수도 있어요. 정말 병원에서 마음의 병이라고 진단 받는 순간 그동안 견뎌왔던 모든 것들이 무너질 것 같아 무서워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거든요. 예전에는 푸른 하늘 아래에서 사람 구경만 해도 시간이 잘 가고 행복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더 이상 사람 구경을 못해요. 거리에 많은 인파가 모이면 저도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고 끝없는 구역감이 저를 계속 괴롭혀요.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안나요. 그게 제일 속상해요.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망가진 건지 알 수가 없어요.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제 속사정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게 너무 힘드네요. 그래서 여기에 글을 적고 있어요. 저도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오늘은 얘기할 곳이 필요해서 주저리 떠드는 것 같아요. 하하,, 글을 적다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제 성격은 참 줏대 없어서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 같은데 지금의 저는 앞으로 살아갈 원동력을 찾은 것 같아요. 항상 시간을 쫓아왔던 것 같은데 결국 가져가고 싶던 인연도 추억도 시간과 함께 묻히더라고요. 내일부터는 시간을 쫓는 삶이 아닌 새로운 삶을 살아 보려고 합니다. 뭐가 됐든 다시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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