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좋은 날을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침부터 햇살이 좋고, 잠도 충분히 잤고, 해야 할 일도 많지 않으며, 마음에 걸리는 일도 하나쯤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날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는 이상하리만치 이야기가 잘 통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오늘 하루가 꽤 괜찮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날도 있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있으니 조금 더 다정해지고, 별것 아닌 말에도 웃어줄 수 있으며, 평소라면 귀찮았을 부탁 하나도 기꺼이 들어줄 수 있는 날 말이지요. 우리는 그런 날을 사랑하기 좋은 날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랑하기 좋은 날은 좀처럼 오지 않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대개 그보다 조금 복잡하고, 피곤하며, 더러는 서운한 일 투성이입니다.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고, 별것 아닌 말 한마디가 하루 종일 마음에 남기도 하며, 특별히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괜히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 날이면 오늘은 조금 힘드니 다음에 잘해주자고 생각하고, 오늘은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생각하면서 사랑을 자꾸 다음 날로 미룹니다. 하지만 다음 날이 와도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조금 피곤합니다.
좋은 날에도 사랑하고, 좋지 않은 날에도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웃음이 나는 날에는 마음껏 웃어주고, 마음이 가라앉는 날에는 그 가라앉은 마음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전부 건네지 않는 것, 내가 옳다는 말을 꼭 해야 할 것 같은 순간에도 잠시 말을 멈추고 상대의 마음을 생각해보는 것, 괜히 날카로운 말을 건네고 싶은 날에는 그 말이 정말 필요한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 사랑은 마음이 넉넉한 날에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마음이 넉넉하지 않은 날에도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사랑하기 좋은 사람만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내가 받은 다정함을 다시 건네는 일은 굳이 마음먹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좋은 것을 받으면 좋은 마음이 생기고, 사랑받으면 사랑하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물론 그것도 사랑입니다. 하지만 그것만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아쉬운 구석이 있습니다. 사랑이 그저 내가 받은 것을 돌려주는 일이라면, 그것은 사랑이라기보다 받은 마음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답에 가까울 테니까요.
어떤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말을 섞을수록 피곤하고, 가까이 있으면 괜히 마음이 불편하며,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걸릴 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까지 가까이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모든 관계를 붙잡을 필요는 없고, 나를 지키기 위해 멀어져야 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상처를 견뎌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다만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 말고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가까이 가지 않으면서도 함부로 미워하지 않는 것,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너무 빨리 판단하지 않는 것, 내가 건넬 수 있는 다정함이 있다면 그만큼은 남겨두는 것.
사랑은 언제나 가까워지는 일이 아니라, 때로는 거리를 두면서도 상대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일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면 결국 이런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나는 왜 사랑하려고 하는가.
세상이 사랑할 만해서일까요. 사람들이 모두 다정하기 때문일까요. 내가 사랑한 만큼 언젠가는 그 사랑이 다시 내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이 사랑할 만해서 사랑한다면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날에는 사랑하지 않아도 되고,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더 이상 나에게 잘해주지 않는 순간 사랑할 이유도 함께 사라집니다. 사랑의 근거를 외부로부터 찾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이 질문은 세상이 아니라 나에게 돌아옵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
나는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다정하기 때문에 나도 다정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조금 거칠더라도 나는 다정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먼저 친절했기 때문에 나도 친절한 것이 아니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순간에도 친절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사랑받을 만한 사람을 찾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갑시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을 노래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