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랍 정리를 하다가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들과 엄마의 친구들과 나눈 편지를 봤다. 절대 고의는 아니었다. 내 물건보다 엄마의 물건이 더 많았고, 어쩔 수 없이 내 눈에 들어온 것 뿐이다.
고등학생의 엄마는, 대학생의 엄마는, 사회 초년생의 엄마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었다. 예전의 엄마의 친구들이, 동료들이 쓴 편지에서의 엄마는 연락이 오길 바라는 사람, 함께 학교를 다니고 싶은 사람, 편지를 자주 쓰는 사람이다. 내가 동경하는 모습이었다. 많은 사람이 보고파하는 사람, 함께 있을 때 행복한 사람, 글로 마음을 전달할 줄 아는 사람. 내가 지향하는 모습이었다. 내 꿈은 엄마였다.
익숙함 속에서 길들여진 인식들을 자연스레 따르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내가 바라던 모습과 거의 동일했다는 사실은 변하질 않는다. 나는 엄마를 동경한다.
20대에 자신이 아끼는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가보고, 길에서 만난 전 애인을 생각하며 시 한편을 써보고, 우연히 눈에 들어온 팬시문구점에서 엽서를 사 편지를 쓰는 낭만있는 사람이었다. 낭만이 사라진 현대 사회에선 찾을 수 없는 모습이다. 어쩌면 거의 30년에 가까운 시간 전이니 찾을 수 있는 감성이고 행동일텐데.
요즘 엄마는 조금 차가워졌다. 나이 50 먹고 엄마 속을 썩이는 아빠 때문에, 이것저것 시키는 회사 상사 때문에, 공부가 전공이면서 좋은 성적은 안나오는 나 때문에, 엄마의 낭만이 조금씩 없어져 갔다. 원래는 진정한 낭만을 알던 한 소녀가, 여성이 변해가는 것 같아서 너무 슬프다.
내가 빨리 돈을 벌게 되면, 엄마의 낭만을 찾아줘야지. 그리고 나의 낭만을 찾아가야지. 엄마랑 저기 멀리 유럽으로 여행을 가보고, 내 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편지도 자주 써줘야지.
내가 동경하는 엄마를 잃지 않게 노력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