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곁에 두고 싶으냐고 물으면 나는 습관처럼 ‘결이 맞는 사람’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막상 결이 맞는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다시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 말을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좋아하며, 내가 아끼는 노래를 함께 아껴주는 사람이 결이 맞는 사람일까요. 물론 그런 사람을 만나면 괜히 반가운 마음이 생깁니다. 별것 아닌 취향 하나가 겹쳤을 뿐인데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고,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에게 조금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같은 음악을 듣는 사람도 많으며,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같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을 테지요.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는 것이 몇 가지 겹친다고 해서 그 사람과의 관계가 오래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취향이 비슷하다는 사실이 우리를 가까워지게 만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를 계속 이어가게 하는 것은 결국 취향보다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요즘 나는 결이 맞는다는 것이 좋아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방식의 문제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커피를 마시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보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 때 어떤 마음을 가지는지,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싶은지가 어느 정도 비슷한 사람이 오히려 나와 결이 맞는 사람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지금의 모습이 완전히 닮아 있지 않더라도 서로가 향하고 싶은 방향이 비슷하다면, 좋아하는 것이 달라도 이상하게 마음이 잘 통하는 순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사실 나는 아직 내가 다른 사람과 이 세상을 어떻게 대하는 사람인지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한 문장으로 설명하려고 하면 아직도 모호한 부분이 많고,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내가 반드시 같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사람과 세상을 대하고 싶은지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가능하면 다정함의 편에 서고 싶습니다. 다정함이 세상을 단번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하루가 달라질 수 있고, 그렇게 달라진 하루들이 쌓이다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거창한 일을 해내는 사람보다 내 주변의 사람에게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고, 내가 받은 친절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행복에 대해서도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아주 큰일이 생겨야만 행복할 수 있는 사람보다는 평범한 하루에서도 기꺼이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다가 기분이 좋아지고, 걷다가 마음에 드는 가게 하나를 발견해서 괜히 발걸음을 늦추고, 날씨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오늘 하루가 조금 마음에 들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닌 일일지라도 내가 그것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기뻐할 수 있다면, 삶을 살아가면서 행복을 만날 수 있는 순간도 그만큼 많아질 테니까요.
어쩌면 내가 말하는 ‘결이 맞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똑같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 자신과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을 보면서도 그것을 굳이 틀린 것으로 만들지 않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어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 말입니다.
그러니 만약 당신께서도 다정함의 편에 서고 싶으시다면, 아주 작은 것에서도 기꺼이 행복을 발견하며 살아가고 싶으시다면, 나는 우리가 생각보다 꽤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커피가 같지 않아도 좋고, 좋아하는 영화가 달라도 괜찮습니다. 내가 아끼는 노래를 당신이 모른다고 해서 서운할 이유도 없겠지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서로의 마음을 함부로 지나치지 않으려는 태도만큼은 비슷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여전히 어떤 사람을 곁에 두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으면 ‘결이 맞는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취향이 같아서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음에도 비슷한 방향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과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별것 아닌 일에 함께 웃으며, 서로의 하루를 조금 더 다정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다정함이 추구미인데 쉽지가 않네요. 그래도 주변에 결이 맞는 사람이 한명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고 문득 그 사람들에게도 제가 그런사람일지 궁금해지네요. 결맞는 사람에 제맘대로 이정동님도 좀 포함시켜보겠습니다. 데헷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