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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곧 생일이네요

글쓴이 2026.10.18 20:25조회 35#0976
곧 생일이네요.
머리가 핑 돌 정도로 내리쬐는 강한 햇살과 귀 따가운 매미 울음, 피부에 물방울이 맺힐 듯 습한 공기.
여름의 모든 것이 지겨워질 때쯤, 무언가 다르게 느껴지는 바람이 부는 날.
“곧 시원달큰한 낙엽 냄새를 맡게 되겠구나.” 저절로 따라오는 기대감에 괜히 마음이 들뜨는 그런 날.
그런 날 태어났네요 당신은.

우리가 처음 밖에서 봤던 것도 그런 날 중 하루였고.
난 한번 시작된 생각을 멈추는 법을 아직도 익히지 못해서.
쌀쌀해진 그 동네 골목에서 손을 잡히지 않으려고 뛰던 웃음소리와, 결국 못이기는 척 잡았던 그 손의 감촉까지 떠올리고 있어요.

그 손은 잘 있나요, 한 때 내가 매일같이 드나들던 그 공간에 불을 밝히느라 오늘도 분주했나요. 
당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커튼 뒤의 책상 앞에 앉아 고민하는 사이 키보드와 당신의 턱을 오갔을까요. 고민할 때 입을 삐쭉 내밀고 턱을 괴는 버릇은 그대로인가요?

둘이 보낸 시간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그 시간들만큼은 지금도 생생히 떠올릴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이 카메라로 찍어둔 우리의 영상을 돌려보듯이요. 짧은 그 영상들을 혼자서 돌려보고 또 돌려보았던 시간들 때문이에요.

얼마나 많이 좋아했는지를 깨닫는 것은 원래 그 시간이 다 지난 후인가요, 아니면 내가 그냥 조금 모자란가요.
이런 식으로 당신에 대해 써놓고 전달하지 못한 글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나요.
이런 내 마음은 짐작했나요, 의외인가요.
내가 이 글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당신의 마음은 따뜻해질까요, 불편해질까요.

당신을 끝까지 사랑해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하기까지 매일같이 당신을 떠올리는 1년 남짓의 시간이 필요했다면. 그때의 나는 그저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도취되었던 것 뿐일까요? 아니면, 그 시간도 당신을 끝까지 사랑하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당신을 떠올리기 시작하면 너무 많은 물음들이 생겨나고, 아마 영원히 그 답을 알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최근, 당신과 헤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애인을 두고서 지난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나는 무슨 생각인건지 모르겠지만.
이전까지는 사랑 언저리의 감정이라곤 당신이 유일해서, 그많은 물음들에 하나도 답하지 못했는지도 몰라요. 
이 사랑을 통해서 당신에 대한 내 감정도 정의할 수 있게 될까요?

그것이 무엇일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내게는 늘 고맙고 애틋한 사람일 거예요.
이 세상에 태어나줘서, 그때의 그 모습으로 나와 마주쳐주어서 고마워요.
행복 가득한 생일 보내길. 생일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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