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십일월 초입이다. 신기하게도 시월 하순까지 꽤나 따스했던 날씨 탓에 계절 감각을 잃어버릴 정도였으나, 십일월이 되었다고 아침 공기부터 달라졌다. 그래도 아직 하오 즈음에는 강렬한 햇살 탓에 더워서 외투를 벗거나 반팔을 입어야 한다. 유독 이번 가을은 긴 것 같다. 하루하루 해가 지는 시간이 당겨지고,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을 보아서는 이제 초겨울이 왔구나 인정할 법도 한데, 이상하다. 올해 가을은 너무나도 길어서, 낮에 내리쬐는 강렬한 햇살 탓에 초겨울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이 글의 제목이 「가을 없고 겨울」인 이유는, 그저 한창 여름이던 지난 구월 하순 즈음, 업로드 일정을 계획하며 '아, 이쯤이면 한창 겨울이겠지.', 하는 마음에 지었던 글의 제목을 수정하지 않아서다. 이 글이 업로드되기까지 보름 좀 넘는 시간이 남았는데, 그 사이에 아마 날씨는 추워지고 내 글은 익어 있겠지.
2. 지난 에세이 업로드가 구월 말이었으니 두 달 만이다. 하고 싶은 말도 참 많았고, 그간 있었던 일도 참 많았는데, 통 바빠서 이야기할 시간이 나질 않았다. 출시 막바지에 다다른 유료 메일링 서비스부터 시작하여 블라블라 블로그 개설, 다른 달에 비하여 많이 진행하였던 광고 건까지. 나는 지난 시월, 디자이너 시온 님을 만나 합정 교보문고에 들러 400자 원고지 노트를 샀다. 시온 님께서 선물해 주신 다섯 권의 노트와 내가 따로 구매한 두 권, 총 일곱 권의 원고지 노트를 샀고, 나는 구매한 지 3주도 채 되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벌써 노트 두 권을 다 쓰고 말았다. 원고지 한 칸당 글자 하나를 쓰니까 속도가 영 나질 않아서, 원고지 한 칸에 글자를 두세 개씩 써내고 있는데, 대충 어림잡아 계산해 보면 3주 동안 십만 자를 썼다는 말이다. 아, 내가 이토록 문학에 진심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블라블라의 운영만큼, 이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것만큼 가슴 설레던 일이 있었던가.
3. 브랜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 한번 꺼내 보자. 일전에 블로그를 통해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 주제다. 자의식 과잉은 브랜드가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이야기 말이다. 나는 브랜드 운영에 있어서 '대표'는 '소비자'들과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브랜드 정체성 자체를 '퍼스널'로 잡고 키운 브랜드가 아니라면, 한 브랜드의 대표는 브랜드가 좀 유명해졌다고 해서 본인이 유명해진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원래 그렇다. 우리는 관심을 먹고 사는 동물이기에, 단기간에 유명세를 타거나, 내가 만든 무언가가 유명해진다면 '나'를 좀 알아봐 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다들 연예인병에 걸리는 것이고,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거만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거 정말 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브랜드' 자체를 소비하는 것이지 '대표'를 보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을 때, 그때를 조심해야 한다. 내가 팔로워분들과의 모임도, 얼굴 공개도, 아직까지 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표가 설치는 브랜드는 둘 중 하나다. 브랜드 자체가 이미 엄청나게 유명하여 모두가 알고 있는 경우거나, 장사 안돼서 대표가 두 발로 뛰며 영업하는 곳.
4. 이제는 정말이지 연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올해의 끝자락에 서있다. 인제 와 돌아보는 2024년은, 일말의 후회나 낭비 없이 보냈다고 해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어쩌면 내 한살이에서 훗날 손에 꼽을수 있을 정도로 알차게 살았던 한 해가 되지 않을 성싶다.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우물 밖으로 나오기 위해 나는 얼마나 노력했던가. 극복하지 못한 것을 극복하려 얼마나 또 나를 깎았나. 하면 할수록 해야 할 것들이 보이고, 파면 팔수록 부족한 점이 보이는데, 얼마나 설레는가.
가장 기대가 되는 점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2025년이 온다면, 꿈에 그리던 날이 온다면, 나의 꿈은 더욱 커질 것이다. '커질 수 있을까?'가 아니라 반드시 커질 것이다. 블라블라의 몸집도, 나의 그릇도 더욱 커질 것이다.
5. 우리 인생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입만 산 놈이 되어서는 안 된다. 행동하지 않고 내 삶이 바뀌길 바라는 것은 욕심을 넘어선 건방이 아닐까. 지금으로부터 삼 년 전의 나는 어땠는가. 게으르고 나태했던 나는, 꼴에 자기 객관화는 잘해서인지 야망이나 목표 따위는 내가 평생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타인의 노력과 결과를 속으로 깎아내리며 자위했다. 지금 와서 바라보는 그때의 나는 어색할 정도로 다른 사람이지만, 내가 바뀌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룬 것도 모두 꿈에 불과했겠지.
6. 해 봐야 얼마나 커질 수 있겠느냐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거창한 목표를 잡지는 않았던 2024년이 끝나 간다. 올해가 끝나기 전에 에세이를 하나 더 쓰지는 않을 것 같아서, 이 글을 통해 연말 분위기를 좀 내 보려고 한다.
물질적인 것과 목표에만 눈이 멀었던 내가 올해는 브레이크 잡는 법을 배웠다. 속도가 붙으면 사고가 날지도 모르는데, 아니, 무조건 사고가 나는데 어리석었던 지난날의 나는 빠른 것이 제일 좋은 줄로만 알았다. 한 번 사고를 내고서야 깨달았다. 이래서 사람은 뭐든지 직접 느껴 봐야 아는 거구나. 브레이크 잡는 법을 알았으니 2025년에는 똑똑하게 달려 보자. 블라블라를 통해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전부 해 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