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요즘 통 글을 쓰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를 대라고 한다면 연애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변명해 본다. 근래 들어 연애를 시작했다. 아니, '했었다'. 무언가 쓰는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글이 영 써지질 않는다.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지만, 예술은 결핍이 있어야 나온다는 말이 있듯 안정되고 행복한 상태에서는 글을 쓰기가 어렵다. 공감하는 이들이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나는 그렇다.
앞서 블라블라에 업로드된 「당신은 왜 글을 쓰는가?」에 나의 글도 써서 투고하려 했건만, 또 위와 같은 핑계를 대며 변명할 뿐이다. 좀처럼 마음의 여유가 나질 않았다. 글쓰기가 어려웠다. 이 자리를 빌려 해당 주제에 대한 뒷북 한번 쳐 보자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무언가에게 바라는 것이 있거나 할 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바라는 것이 있을 때 글을 쓴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 편지를 쓰고, 합격시켜 달라고 자소서를 쓰고, 일자리를 달라고 입사지원서를 쓴다.
어떤 날에는 '내 기분이 이러니 알아봐 주세요'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내가 오늘 글을 쓴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없어서 쓰지 못했다던 '여유'가 생겼다는 뜻일 테고,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눈치 빠른 사람들이라면 벌써 짐작했겠지만, 나는 최근 이별을 겪었다. 근래 들어 연애를 시작했다고 했는데 또 어쩌다 보니 갈라서게 되었다. '이별이 뭐 별거냐' 쿨하게 말하고 싶은 나이지만, 아직까지 이별은 내게 별것이 맞더라. 이별한 뒤에 쓰는 첫 글이라고 말하려던 것이 이렇게나 길어지고야 말았다.
부산에 갔다. 차가 있다고 한들 서울에서 부산 가는 것은 여간 머리 아픈 일이 아니다. 이동 거리를 따져 보면 기차를 타는 것이 이득인 것처럼 보이나, 또, 이것저것 챙겨야 할 짐을 떠올리면 골치가 아프다.
그럼에도 '추억' 하나 바라보고 가는 곳이 부산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애인들과 수도 없이 많이 왔던 부산. 질릴 법도 한데 갈 때마다 좋긴 하다. 뻔하다. 광안리에 가서 회를 먹고 바다 비린내 좀 맡으며 밤바다를 산책한다. 그러다 보면 수많은 연인이 눈에 보인다. 저들은 본인들의 사랑이 제일 특별하다고 생각할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며 나와 함께 바닷가에 온 애인에게는 미안한 상념에 젖어 들었다. 아니, 어쩌면 나의 애인도, 이제는 전애인이 되어버린 그녀 또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광안리에 함께 왔던 여자들을 떠올려 보았다.
누구와 광안리에서 처음 알게 되었고, 누구와는 1주년 기념 여행으로 광안리에 왔다. 어느 누구는 바다를 보며 눈물을 흘렸고, 누구와는 만난 당일에 기차 타고 광안리에 왔었다. 아, 두 달 정도 만났던 한 여자와는 광안리에서 헤어졌다.
사랑을 시작하고 또 끝맺음하며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는 자신의 사랑을 미화하고 성역화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그러니 별거 아닌 평범한 사랑도 내가 할 때면 특별한 것처럼 느껴지고 특별해야만 한다며 의미 부여에 애쓰는 것이다. 나와 함께 부산에 왔던 여인들도, 그날 함께 부산에 갔던 전애인도, 내가 부산에 갈 때마다 있었던 수많은 연인들도, 모두 '내 사랑이 제일 특별해'라고 저마다 자부할 것이다.
그래서 진짜 '내 사랑이 제일 특별할까?' 스스로에게 냉정하게 물었다. 그러니까 과연 '특별한 사랑'이라고 치부할 만한 사람이 인생에 있었던 적이 있었느냐 물었지만, 나는 나의 질문에도 눈치를 보며 솔직하게 답하지 못하였다.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는 말은 그렇다고 내세울 만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겠지.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나는 지금껏 과연 무슨 사랑을 해 온 것일까. 저마다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고 저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고들 하지만, '연애'라는 것은 전국민이 대체로 비슷비슷한 양상을 띠며 하고 있고, 내가 하는 사랑이 우리 부모님이 한 사랑, 옆집 부부가 한 사랑, 당신이 했던 사랑, 불특정 다수가 하는 연애와 다를 바가 없다면, 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공장제 기계마냥 사랑을 했던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머리가 정말 지끈거렸다.
나는 여태 사랑하는 사람뿐 아니라 하룻밤 인연까지 글에 담으며 살아왔다. 진실된 사랑이라던가 사랑에 대한 나의 고고한 철학 따위를 담기엔 그릇이 안 된다며 회피해 왔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말이다. 정작 사랑의 전개 과정이라던가, 당시 나의 생생한 감정을 묘사하는 데에 집중하기보다는 나의 잠자리 경험을 마구 써내리며 '나 이런 사람이다' 보여 주는 데에만 급급했던 것 같다.
그래서 드는 생각을 남긴다. 나는 지난 인연들과의 이야기를 갈대밭에 소리 지르듯 흩뿌리고 싶다. 그렇게 전부 뱉어내고 나면 텅 빈 마음과 건대멋쨍이라는 인물을 진정한 사랑으로 채워나가고 싶다. 진실된 사랑과 그에 대한 나의 사견을 담은 글도 써 보고 싶다는 말이다. 원래는 인스타그램 구독 콘텐츠로 「나의 원나잇이 당신의 첫경험일 줄이야」, 「서울 애인, 부산 애인」, 「연애 전 섹스, 이별 후 섹스」 등에 견줄 만한, 어쩌면 그 이상의 과감한 글을 보여 주려고 했으나, 근래 인스타그램의 검열이 심해졌다고. 메일링 서비스라도 진행할까 고민 중이다.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그렇고 그런 글을 쓸 때는 확실하게 쓸 것이다.
쓰고 나면 사랑에 대한 재정립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이런 일이 있어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다시 열심히 써 볼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