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에서 사랑 찾기 공덕. 공덕이다. 공덕이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느껴지는 반가움에, 나에게는 서울의 대명사와도 같은 그 동네에 흥분을 가라앉히고 글을 써 본다. 사실 공덕에 특별하다고 할 만한 무언가는 없다. 공덕을 찾는 이들이라고 한다면 그곳에 직장이 있는 직장인들이나, 공덕에서 6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공덕을 찾는 이들이 대부분일 테니까. 하지만 나의 공덕에는 사랑이 있었다. 스무 살 적에 공덕역 갈빗집에서 인연이 닿게 된 최와의 사랑이 그 대표가 될 것이다. 이후로도 공덕에서 닿게 된 인연이 몇 있었고, 살아 본 적 없는 동네인 공덕이 나에게는 특별한 동네가 되었다.
어떤 지역이든, 어떤 동네든 사랑이 묻으면 특별해지는 것. 별거 없는 공덕에 담긴 내 사랑 이야기를 해 볼까. 「뻔한 연애 시나리오」에 등장한 나의 전애인은 회기에 살다가 공덕으로 이사 갔다. 애인은 공덕에 사는 수많은 사람 중에 하나였다. 공덕에 가서 그 많은 인파가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내 애인만이 나의 애인이라는 사실이 머릿속을 스쳤고,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내가 운 좋은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저마다 짝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간질거렸다.
우리는 공덕을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 애인이 회기에 살 때까지는 회기 앞이 우리의 세상이었는데, 사람이라는 게 참 신기하게도 공덕으로 이사 가고 나니 공덕이 우리의 세상이 되었다. 훗날 만난 다른 애인과 회기의 그 자취방을 벗어나지 않고, 그곳이 우리의 세상처럼 여긴 데에는 아마 공덕에서의 기억이 나도 모르게 몸에 뱄던 것이 아닐까. 우리의 사랑도 사실은 평범한 사랑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공덕은 조용했고, 지금도 조용하다마는, 공덕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채 여물어지지 못한 다른 이들의 사랑이 한이 되어 나뒹구는 그런 곳이었다. 나의 사랑도 공덕 어딘가에 떨어져 있겠지. 성북구글싸개 / 두 달에 한 번 정도 방문
빛의 변주, 대흥에서 공덕까지 신촌과 대흥의 회색빛이 나를 압도한다. 진로에 대한 고민, 불투명한 미래,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 그 모든 것들이 흐릿한 구름처럼 나를 채운다. 그러나 조금만 걸어 공덕에 닿으면 그 회색빛이 조금씩 옅어지며 새롭고 낯선 색깔들이 내 시야를 채운다. 공덕은 내게 어른의 색을 입힌다. 높은 빌딩에 반사되는 햇빛,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의 커피잔, 서류 가방 속으로 사라지는 긴 하루들. 나는 그 색깔들이 빛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빛나는 색에, 아직 발 들이지 못한 어른의 세계에 동경을 품는다. 본인만의 자리를 찾아 세상의 톱니바퀴가 된 그들의 일상을 어깨너머로 보며 나는 미래를 꿈꾼다. 아직은 닿을 수 없는 세상을 어렴풋이 들여다보며 나의 미래를 그려 본다. 적어도 지금의 나에겐 눈부시게 아름다운 공덕의 색깔로 회색 빛의 현재를 밝혀본다. 그러다 문득 '내가 공덕역으로 출근하는 그날은, 이 빛깔들이 나에게는 또 다른 회색빛이 되겠지?'라는 생각이 떠오르며 씁쓸해진다. 지친 모습으로 플랫폼에 서서 전철을 기다리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공덕의 색은 지금처럼 밝지 않겠지.
그 훗날 나는 대흥에서 또 다른 빛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고민과 설렘, 치기 어린 열정이 한데 섞여 만들어내는 빛깔 말이다. 그때의 나는 그 빛깔을 다시 동경하게 될까?
스스로는 알지 못한 채 내뿜는 그 빛이 얼마나 찬란한지, 그때의 나는 마음 깊이 이해하게 되려나?
그래, 결국 빛은 움직인다. 대흥과 공덕 사이를 오가는 나의 발걸음처럼, 색은 시시각각 변한다. 지금 나에겐 대흥이 회색이고 공덕이 꿈꾸는 색깔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공덕이 회색으로 변하고, 대흥이 다시 찬란해질 것이다. 나는 현재의 속도와 시선으로 나의 색을 찾아가는 중인 거야. 대흥에서 얻은 회색빛 고민들을 안고, 공덕에서 본 어른들의 빛을 쫓으며,한 발 한 발 나아간다. 언젠가 내가 공덕역의 빛을 잃고 대흥역의 무지개를 그리워하는 날이 온다면, 오늘 이 순간을 떠올릴 것이다. 아직 빛을 찾아 헤매던 풋풋한 대학생이었던 나를, 지금 이 찬란한 고민의 빛깔을. 빛은 늘 변하고, 그 안에 우리는 어른이 되어간다. 석천들손녀 / 주에 세 번 정도 방문
별건 없고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것 같은 장소 모음!
1. 굴다리 김치찌개 2. 장수 갈매기 3. 쾌적한 이마트 4. 스타벅스 아래에 있는 제노 PC방 5. (이제는 사라진) 북창동 순두부 6. 진미 간장게장 7. 원조 떡볶이 8. 5호선, 6호선, 공항철도와 경의선까지 이어지는 역 9. 겨울에 공덕역 안 세븐일레븐에서 파는 오뎅 10. 롯데캐슬 안에 있는 돈까스집 유석 / 긴 시간 거주했던 곳
나는 이제 군복을 입고 공덕에 가 슬기야 스무 살 적, 친구의 소개로 너를 처음 만나 홍대에서 술을 마시고는 604번 버스에 함께 몸을 싣고 네 집으로 갔던 그날이 기억나는지 모르겠다. 너는 공덕이라는 너의 세상을 나한테 처음 소개시켜 줬지. 공덕 시장을 지나 네가 살던 만리동 고개. 나는 아직도 604번을 타고 그 거리들을 지나다 보면 눈물이 난다. 너는 나와 함께 더 걷고 싶다고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렸다. 만리 시장에는왜 이렇게 언덕길이 많은지 로퍼를 신어서 뒷꿈치가 다 까졌지만 너를 위해 참았다. 그리고 우리는 너의 집 앞에 도착했고, 나는 너한테 안아달라고 말했지. 그 후로는 너라는 세상에 갇히고 말았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같이 공덕에서 지냈다. 공덕역 근처에 있는 돼지갈비 골목. 너는 갈비를 참 좋아했다. 뭐 먹고 싶냐고 물으면 너는 항상 양념 갈비를 먹고 싶다고 했으니까. 나는 그런 네가 귀여워서,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네게 갈비를 사 줬다. 네게 갈비를 사 주려고 사고 싶은 옷과 책도 참아가며 일을 했다. 공덕역 근처에는 왜 이렇게 예쁜 카페가 없는지, 너도 분명 좋아했을 법한 예쁜 카페 한번 못 데리고 간 것이 후회된다. 데이트가 끝나면 나는 항상 604번 버스를 타고 너의 집 앞까지 데려다줬다. 우리가 싸우는 날이면 나는 항상 그 만리시장 언덕길을 넘어서 너한테 갔다. 집 앞 계단에서 울고 있던 너가 얼마나 안쓰러우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만리시장 언덕길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러게. 우리는 왜 헤어졌을까. 너와 헤어지고 이제 다시는 그 골목길에 갈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해가 두 번이나 바뀌어도 네가 계속 떠올라서, 며칠 전에는 군복을 입은 채로 공덕에 갔어. 그래, 나 입대했다. 군대에 입대하고 난 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우리가 한 약속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군대에 가면 너는 유학을 가서 성장해 오고, 나는 군대에 가서 성장해 오겠다고. 그래서 신병 휴가 마지막 날에 군복을 입고 홍대에서 604번 버스를 타고 네 집으로 갔단다. 604번 버스를 너와 놀았던 장소들을 지나쳐 가는데 하마터면 버스에서 울 뻔했다. 남들이 보면 웃기겠지만. 만리동 고개에 도착해 익숙한 풍경들을 보는데 눈물이 나오더라. 그리고 너에게 닿지 못한 채 다시 부대로 복귀했다. 문을 두드려 볼까 한참을 고민했지만, 역시 너를 위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네 집 앞에서 경례만 하고 나는 복귀하는 택시에 올라탔다. 슬기야 나는 이제 공덕을 안 간다. 익숙해지지 않는 그 언덕길도 이제 올라갈 일은 없겠지. 내가 공덕을 갔던 이유는 항상 너를 보기 위해서였으니까. 이제는 그 이유가 사라진 것이니까. takahash1969 / 이태 전에는 셀 수 없이 많이 갔던 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