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일지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다투고 난 뒤면 망원에 갔다. 택시를 타고 가든 지하철을 타고 가든, 항상 그 안에서부터 싸웠다. 교통이 워낙 별로인 곳이라서 차를 끌고 가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다마는, 우리는 차를 타고 갔다면, 우리가 다투는 것을 보는 사람이 없었다면, 더 크게 싸우면 더 크게 싸웠지, 안 봐도 뻔했을 것이다. 우리는 다투고 나면 망원에 갔던 것이 아니라 망원에 가는 날이면 다퉜다. 그 탓에, 나에게는 망원역에서 내린 후에 보이는 망원의 초입에 대한 기억이 없다. 참 많이 간 곳인데, 아직까지도 그곳에서 지도를 보지 않으면 길을 헤맨다. 그런데 또 희한하게도, 다투느라 길을 기억하지 못한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다퉜는지 정도는 기억이 나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우리는 어찌나 사소한 것으로 다투며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던 것인지, 나는 우리가 무엇 때문에 그리 다투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망원초를 지나 한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는 또 정하기라도 한 듯, 꼭 누구 하나가 먼저 사과했다. 사과하는 쪽은 너인 경우가 많았다. 아직도 참 미안하다. 우리의 다툼은 늘 사소한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자존심 부리지 않고 한 명이 먼저 사과하면 우리는 언제 싸우기라도 했냐는 듯 다시 웃으며 서로를 바라봤다.

'아, 망원동 징크스는 여전하네.'라고 말하면서. 망원동만 가면 싸웠지만 나랑 망원 가는 것이 제일 재밌다던 네가 벌써 결혼을 한다니 믿기지 않는다. 스쳐 지나간 지 꽤 되었기에 아무 감정도 들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나는 망원에 안 간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정말로 네가 없으니 재미가 없어서. 건대멋쨍이 / 반 년에 한 번 정도


내 첫사랑은 망원에 살아 내 첫사랑은 망원에서 시작되었다. 망원역 1번 출구에서 만나, 그곳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고깃집까지 걸어가는 길이 어찌나 설렜던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해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였다. 첫사랑이 시작되는 날 무슨 삼겹살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 첫사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식이었다. 전형적인 연애의 과정 없이도 나는 행복했다. 고백도 참 찌질했다. '할 말 없어?'라는 질문을 백 번 정도 했을 때에서야 '우리 사귈까?'라는 고백을 받아냈다. 그래, 내가 먼저 할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리 형식 없는 연애라도 고백만큼은 그쪽에서 하기를 바랐던 것 같다.

시작이 그래서였을까, 전형적이지 않았던 연애는 한 달 만에 위기를 맞았다. 나는 전화로 헤어짐을 통보받았고, 얼굴 보고 만나 설득을 거듭한 끝에 '다시 잘해 보자'고 했지만, 집에 가는 길에 또다시 이별을 통보받았다. 돌이켜 보면 그때 정을 뗐을 법도 한데, 자존심도 없는 나는 여전히 오빠가 좋았다. 헤어진 지 일주일이 되던 날 결국 다시 연락했고, 우리는 망원에서 다시 만났다. 그렇게 첫사랑은 망원에서 다시 시작됐다. 망원역에서 한강공원까지 가는 내내 말없이 걷던 우리는, 망원 한강공원이 합정에 더 가까워질 무렵에야 입을 뗐다. 다시 만나자고, 이번에는 잘하겠다고, 그 말로 진정한 첫사랑이 시작됐다. 그 이후로 망원을 집 드나들듯 다녔다. 망원에서 밥을 먹고 한강을 따라 합정까지 걸은 후, 합정에서 술을 마시는 게 일종의 루틴이 되었다.


아, 그래서인지 망원과 합정에는 나의 아름다웠던 순간과 아픔의 순간이 서려 있다. 우리는 또다시 망원과 합정 그 언저리 어딘가에서 위기를 맞았던 것이다. 여느 때처럼 망원에서 밥을 먹고 합정으로 가던 그날, 그의 입에서 나온 '마음이 식었다'는 그 말은 정말이지 비수처럼 꽂혔다. 여러 번 버려진 첫사랑의 기억 속에는 망원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여전히 망원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인 이유는, 망원이 가진 특유의 따스함과 정겨움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연애가 그랬듯 망원은 세련되지도, 격식 있지도, 로망 가득하지도 않지만 따뜻하고 다정하다. '그'를 완벽하게 잊게 될 날이 오더라도, 첫사랑의 따스한 기억과 망원의 다정함은 언제까지나 내 안에 남아 있을 것이다.

필명을 빌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난 여전히 첫사랑의 기억 속에 산다. 어쩌면 그도 나와 여전히 같은 마음이길 바란다. 그리고 동시에, 망원이 지금의 모습 그대로, 내가 첫사랑을 하던 그 시절의 그 모습 그대로 남아주길 바란다. 비록 이 글이 그에게 닿지 않더라도, 내 마음만은 그에게, 그리고 망원에 꼭 전해지기를 바란다. 석천들손녀 / 한 달에 서너 번 정도 방문


책과 술, 그리고 너 나는 한 글자로 이루어진 많은 것들을 좋아한다. 그중 제일 좋아하는 것은 책과 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서울에 온 지 얼마 안 된 나는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망원동에서 막걸리를 한잔 마신 날 이후, 망원동에 애정을 갖고 종종 가게 되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외출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소중한 약속을 만들 때는 늘 망원동에 데려갈까 생각하면서 계획을 짤 정도로 망원동에 대한 애정의 정도가 크다. 하루는 내가 관심 있는 사람의 하루를 들여다보는데, 그 사람이 망원동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집 근처에서 대부분의 것을 해결하는 집순이지만, 그때만큼은 마포구가 나의 고향이자, 애정의 정수이자, 그 사람과의 실낱같은 무언가로 다가왔다. 그래서 망원동을 거의 매일 들락거리는 사람마냥 그 사람에게 당당하게 연락을 보냈다. 그때만큼은 그 사람과 비슷한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온 사람임을 힘껏 표현하고 싶었으니까.


그 이후로 나는 망원동에 얕은 애착이라도 가졌던 모든 공간에 깊은 애정을 심었다. 앞서 말했던 책과 술이 그 뿌리인데, 많은 이들이 진작 알고 있겠지만, 망원동에는 책과 술이 함께 하는 공간이 있다. 그곳에 갈 때면 나는 '아, 그 사람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바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나만의 무언가로 보일지도 모르니 이만 글을 줄여야겠다. 서로 좋아하는 것들을 나누다 이런 이야기와 함께 비로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 글자를 뱉을 수 있을 날이 오면 좋겠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던 중이었는데, 오늘 새벽은 영화로 또, 이 글로 한껏 기쁘고 설레는 밤이 되어야겠다. 수빈 / 주에 한 번씩 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