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픔의 원인을 찾아 없애고 싶다

최에게 찾아가 무슨 공부를 하는지 묻고 싶다

전애인의 섹스 파트너들을 찾아내고 싶다

그 애의 처음을 가져간 새끼가 내뱉은 감언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글을 쓰는지 묻고 싶다

그 애가 나와 잠자리할 때 전애인을 떠올렸는지 알고 싶다

늦은 밤 영등포 홍등가에 가서 경찰인 척해 보고 싶다

솔직한 글을 쓰고 싶다

그 애가 나의 글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이 가끔은 나와 결혼하는 상상을 하면 좋겠다

전애인이 그 새끼와 폰섹스를 몇 번이나 했는지 묻고 싶다

온종일 콜라만 마셔 보고 싶다

유은이 있는 불란서로 떠나고 싶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어 보고 싶다

그 애가 나의 과거를 몰랐으면 좋겠다

쓰레기를 창작한 소설가를 찾아가 보는 앞에서 책을 찢고 싶다

김광석에게 찾아가 무엇을 그리도 잊고 싶었는지 묻고 싶다

길거리에 버블껌 자판기를 설치하고 싶다

끝내 주는 첫 문장을 쓰고 싶다

좋아하는 소설가가 나와 같은 이유로 아파했던 것이면 좋겠다


그 애가 첫경험할 때의 표정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자극에 무뎌지려고 자꾸만 들춘다

시인에게 찾아가 시를 쓰면 괜찮아지는지 묻고 싶다

전애인이 어떤 예술가가 될지 궁금하다

첫 만남 때 순수이성비판에 관해 이야기하던 사람과 키스했다

죽음을 언제쯤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나의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면 좋겠다

섹스가 끝나고 그 애와 욕조에 들어가 목욕하고 싶다

그 애와 올리브 잔뜩 들어간 피자를 먹고 싶다

너는 아직도 방황하는지 묻고 싶다

그 애가 무서울 정도로 집착해 주면 좋겠다

그 애의 과거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애의 세상에 나만 있었으면 좋겠다

꿈은 대체 언제 찾을 것인지 궁금하다

잘 나간다는 소설가와 익명으로 겨루어 보고 싶다

지구는 평평하다고 말한 뒤 그 애의 당황 가득한 표정을 보고 싶다

전애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잊고 싶다

불로장생한 존재가 되고 싶다

이 글을 다 쓰고 '아 이것도 쓸걸'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고함을 지르고 싶다


그 애에게 전애인과의 섹스가 어땠는지 묻고 싶다

궁금한 것이 많은데 들추기가 두렵다

알고 싶지 않은데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서 묻는 것들이 많다

사람들에게 내 글을 읽고 운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삼척으로 떠나고 싶다

우울할 때 섹스하고 싶다

처음 만난 상대방에게 시를 써서 선물하고 싶다

글을 쓰다가 원고지를 찢고 싶다

편지를 써서 통영에 부치고 싶다

마트에 가서 쇼핑카트를 어지럽히고 싶다

빌린 책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찾아 오리고 싶다

그 애와 우주에 가고 싶다

전애인이 산부인과 의사에게 가서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싶다

터키 한인 식당에서 만난 여자가 살아 있는지 궁금하다

영상을 보며 낄낄거리는 사내의 휴대전화를 훔쳐보고 싶다

난독 환자들에게 글 읽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

TOEIC Part. 2 여자 성우를 만나 보고 싶다

타버린 나의 편지는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바다 한가운데서 고립되고 싶다

너와 잠수함에서 키스하고 싶다


새벽 세 시 오목교네거리에서 고백받고 싶다

태백시 설산에서 정경에 젖고 싶다

그 애가 자신의 전애인을 증오하면 좋겠다

최의 수집 상자에서 나의 편지가 나오면 좋겠다

나의 지난 모든 섹스를 없던 일로 만들고 싶다

잠들기 전에 떠올린 모든 문장이 아침까지 살아 있었으면 한다

전애인에게 모든 것을 잊었는지 묻고 싶다

너에게 그때 정말 안 잤냐고 묻고 싶다

'사랑이 뭐 별건가요'라는 말을 다시 듣고 싶다

당신은 여전히 아픈지 궁금하다

결국 문학이 이기는지 궁금하다

상준과 진실된 사랑에 대해 논하고 싶다

다빈은 아직 담배를 태우는지 궁금하다

백행을 쓴 주원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하다

주문진에 두고 온 마음은 언제쯤 가벼워질지 모르겠다

나의 치부가 드러나지 않으면 좋겠다

그 애에게 나는 완벽한 사람이고 싶다

'사랑이 뭘까요'라는 질문에 막힘없이 답하고 싶다

누군가 나를 글감으로 사용해 주면 좋겠다

네가 먹지 않는 음식을 내가 먹어 주고 싶다


내게 창피 주었던 이들은 잘 사는지 궁금하다

너는 아직도 무대에 오를 때 인데놀(Propranolol)을 먹을까

나는 왜 이런지 내게 묻고 싶다

당신을 찾아 결핍 있는 사람만이 글을 쓰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 애의 눈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을까

그해 겨울 서울역에서 있었던 일을 지우고 싶다

수화기 너머 들리던 무용담을 잊고 싶다

동은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완독했는지 궁금하다

때묻지 않고 싶다

내가 좇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당신의 부모는 당신의 전애인을 아는지 궁금하다

내가 궁금하다고 한 것들에는 대답이 중요할 것이다

난감한 입장이 되어 삼자대면하고 싶다

생각하는 대로 써지면 좋겠다

그 애의 이데아가 나였으면 한다

김예림을 찾고 싶다

가끔은 버겁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탓해 보고 싶기도 하다

한 사람만을 위한 글이고 싶다

결국 백행을 채우고야 말았다


주원 님 부탁 섞인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다름이 아니라 성북구글싸개 님이 주원 님의 「2022 오십행」과 「2023 백행」을 읽고는 인상이 깊어, 해당 형식을 빌려 글을 써도 되냐고 여쭈어봐 달라고 하네요.

회신 기다릴게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네.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