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연애를 끝내던 그날, 나는 이런 말을 들었다.
오빠. 우리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안 맞아. 우리는 안 될 사이인 것 같아.
오빠도 알잖아 그치?
알면서도 미련 때문에 놓지 못하는 거잖아. 일방적인 통보와도 같은 이별을 전해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상하게도 슬프거나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은연중에 들던 생각을 확인받음으로써 오히려 별 충격을 받지 못했던 것일까. 단지 조금 멍할 뿐이었다. 그래, 그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괜찮았다.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러게나 말이다. 안 될 사이라는 것이 뭘까. 어차피 안 될 사랑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
안 될 사랑은 있다. 그러니까 연애의 지속 가능성이 낮은 그런 연애는 대개 안 될 사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성격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 생활 습관의 차이, 아주 사소한 것들로부터 일어나는 마찰의 불씨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크게 일어 우리를 잡아먹는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것은 마치 바보가 된다는 것과 같아서, 우습게도 상대방에게 푹 빠진 직후에는 그 단점들이 보이지 않는다. 단점을 보게 된다고 한들 그것을 감수하고 만난다. 좋아하는 감정이 더 크니까. 하지만 사랑할 때는 감수하기로 했던 상대방의 단점들이, 결국 다툴 때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된다. 좋아서 시작한 사랑의 끝에는 상처만 남는다. 그리고는 '애초에 우리는 안 될 사이였어'라고 말하며 사랑을 부정한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우리는 안 될 사이야'라고 말하던 너의 표정과 말투를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분명히 그 말을 들을 때도, 듣고 집에 돌아올 때도 별생각이 없었는데, 분명 괜찮았는데, 마치 몸에 상처가 났는데 그것을 모를 때는 괜찮다가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괜히 아파지는 것처럼, 너의 말도 그랬다. '우리는 안 될 사이'라는 그 말을 듣고 난 후로 너와 함께했던 사랑이 모두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고, 나의 지난 사랑이 모두 거짓처럼 느껴졌다. 홧김에 용기를 내어 내뱉은 말이겠거니 하며 좋게 생각해 보려고 해도, 섭섭함이라든가 서운함이 들 수밖에 없나 보다. 우리가 만일 그날 다투지 않았더라도 너의 마음 깊은 곳에는 '우리는 안 될 사이다'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을 것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속상할 수밖에 없었다.
책임의 소재를 너에게 돌릴 수만은 없는 법이다. 나 또한 쉽게 내뱉은 말이 참 많지 않았던가. '오빠 우리 무슨 사이야'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마음속으로는 '무슨 사이기는 그냥 만나는 사이지'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쾌락과 목적 달성을 위하여 '그건 조금씩 알아가게 될 것'이라는 달콤한 거짓말을 내뱉는 등, 참으로 부끄러운 행동을 했던 적이 많지 않던가. 갓 성인이 되고 연애한 후 이별할 때는 '우리 헤어지자'는 상대방의 말에 괜히 지기 싫어서 '나도 그러고 싶었다'고 답하며 괜한 기싸움을 하기도 했던 찌질한 경험도 있다.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를 주면 처참히 패배하고 이별할 듯하여 내 할 말만 내뱉고 돌아온 적도 있다. 당장 생각나는 것도 이 정도인데, 원래 상처는 준 놈이 더 빨리 잊는다고, 내 머릿속에서는 사라졌지만 내게 상처를 받고 잊지 못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을지.
그들의 감정을 일일이 헤아릴 수가 없다.
특별한 사랑도 없지만 특별한 이별도 없다. 안 될 사랑이라는 건 없다. 다들 본인이 나쁜 놈 되기 싫어서 내뱉는 듣기 좋은 거짓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