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는 어느새 과거의 페이스북과 별다른 것 없는 자극적인 글들과 여러 광고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다들 단편적인 사진과 릴스를 업로드하며 다수의 순간적인 관심을 끌려고 한다. 이런 것들이 넘쳐나는 인스타그램 안에서 가치 있는 무언가를 찾을 수는 없을까?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찾을 수는 없을까?

고민하던 중 웹매거진 채널들을 몇 개 알게 되었다. 트렌드와 문화를 뉴스처럼 설명하는 매거진들 말고, 진짜 에세이가 올라오는 매거진들. 도파민을 어떻게든 분비시키려고 혈안이 된 페이지들 사이에서 이렇게 양질의 글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니. 나는 일주일 사이로 올라왔던 글을 모두 읽어버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들도 알겠지만, 매거진에 올라오는 글 대부분은 익명으로 투고되고, 다양한 사람들이 본인들의 비밀스러운 삶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수십 명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랄까.

요즘은 인스타그램 부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 '싸지르며' 자신의 가장 어두운 모습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그와 다르게, 에세이의 주인공들은 그 말들을 색다른 방식으로 '정화한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치졸한 변명이나 자기방어가 없다. 어찌 보면 회고록, 어떻게 보면 그들의 기도문 같다. 그런 글들을 읽다 보면 남모르게 이상한 기분이 든다.


올라오는 글을 읽다 보면, 대부분의 에세이 속 주인공이 매우 정상적이고 일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삶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 같다. 그들이 말하는 라이프스타일, 그려지는 외모, 재력, 그리고 글에서 보이는 그들의 필력까지.

어디 하나 부족함 없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아갈 것 같은 이들이다. 그래서 더 끌린다.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적어 놓는 욕망과 감정 배출의 일기장은 일시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몰라도, 그 글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고찰을 하기에는 힘들다. 인간 이하의 사람을 나누는 기준은 모두 다르겠지만, 나의 개인적인 기준에 있어서는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가'이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의 삶의 비밀을 읽어 보며, 그들의 고충과 콤플렉스들을 이해하다 보면 어느새 그 속에 푹 빠져든다. 나는 이 글을 합정 어느 카페에서 쓰고 있는데, 지금 이 카페에 보이는 정말 멀끔해 보이는 남녀들도 뒤에서는 저런 삶을 살고, 글을 쓰며 살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오해하지 마라. 그들 역시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으로 얻는 편협한 자기 위안, 혹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며 나의 심리적 우월감을 얻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어쩌면 너무 나와 같아서. 매우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특수해서. 그들에게 끌린다. 그 글들을 한참 읽게 된다. 적어도 에세이를 쓰고, 사람들에게 읽힐 정도의 가독성 있는 글을 써내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은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찌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인간 말종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며, 동시에 매우 인간적인 면모를 비추기도 한다. 아, 그들도 나와 크게 다를 바 없구나.


어느덧 사회에서는 자기 계발을 만능 도구인 것처럼 포장해서 팔고 있다.

어떻게 부를 불리고, 멋진 몸매를 어필하여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하여 단편적이고 단순한 방법으로 이야기한다.

어떻게 '나'라는 인간 자체를 발전시키고, 인간성을 갖추어 나가야 하는지는 빼놓은 채. 이상화된 인물들만 가득한 인스타그램에서 보통 사람들의, 그리고 또 다른 세상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지혜 하나를 얻는 것과 비슷했다. 공감하고, 동경하고, 그들을 비판하는 동시에 동정하게 된다. 아무리 잘생기고 멋진 인간도 사랑 앞에서 무너지는 사연부터 인간의 금기를 애매하게 넘나드는, '겉으로만 멀쩡한' 인간들의 이야기까지. 그게 결국에는 다 '나'로 귀결되더라.


하루하루 올라오는 에세이들을 읽으며 생각은 더 깊어져 간다. 당신들의 삶은 어떤가. 그리고 '진짜 당신의 삶'은 무엇인가. 항상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활자와 활자를 뛰어넘는 순간 머릿속에 펼쳐지는 이야기 속 주인공이 어느새 내가 되어있으며, 타인의 감정이 나의 감정으로 치환되기도 한다.

우리 모두 비슷한 인간들이자 고만고만한 사람들이다. 너무 비관적인가?

하지만 다 평범해 보이는 인간들 사이에서도 이렇게나 많은 에세이들과 생각들이 나온다는 것은... 모두 비슷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 아닐까. 어쩌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다양성과 가능성이 무한하기에 탐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