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타고 꼬박 두 시간을 가야 만날 수 있는 그곳에 내려 1호선에 한 번 더 몸을 싣고서 한참을 가야 그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나도 당신에 대해 잘 모르고 당신도 나에 대해 잘 모를 때, 나는 우리가 창동 주공아파트에서 시작해 아이를 둘 정도 낳고 살아가는 미래를 꽤나 자주 그리곤 했다. 특별한 날이 아닐 때도 자식들 생각에 통닭 한 마리 사 들고 집에 왔다던 친구들 아버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도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내가 당신에 대한 것들을 하나씩 알게 되고 당신은 아직 나를 모를 때, 나는 당신 몰래 당신을 떠올리며 그렸던 것들을 하나둘 지우기 시작했다. 삶이 뜻대로 흘러간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순백색의 사랑에도 해당되는 말일 줄은 몰랐다. 내가 당신을 온전히 알게 되고 당신도 나를 온전히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되었다. 당신 뺨을 타고 흘러내리던 물은 아타카마 사막에 떨어지는 소낙비와 같았다. 그해 여름만큼은 내가 당신의 세상이라고 믿고 싶었다.
당신은 나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곤 했다. 소유하려는 생각은 지나온 세월에 대한 미련과 뒤틀린 욕정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대중탕에 자주 갔다. 불가마 찜질방이 아니라 여관 카운터와 비슷하게 생긴 카운터가 있던 대중탕. 입구에서 갈라선 뒤 나는 마음을 씻어내렸다. 우리는 약속했던 시간보다 늘 늦게 나왔다. 그러고는 우리 이제 어디로 갈까요.
문 닫은 공장이 여럿 놓인 길목에 버려진 유리를 보는데 그 안에 비친 남자 하나가 계속 눈에 밟혔다. 너무나도 얄미웠다. 옹졸하고 가식적인 사람 하나가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그 모습이 참 익숙해 보여서 나도 가만히 쳐다보았다. 바라는 것이 있어 보였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나의 것과 같은 것일 게 분명해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기 위해 몸부림치던 것들은 인정(認定) 아닌 인정(人情)을 버리고서야 말끔하게 사라졌다. 내가 그렇게 지우고 싶었던 것들은 어디로 갔지.
그리고 당신은 나에게 말했지. 우리 이제 어디로 갈까요.

3가 그 골목 저도 좋아해요. 노포 이름도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