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면 멀어질까 봐
그냥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었어요”
한지우 / 여 / 22세
Q. 왜 고백하지 못했는지
그 사람과 친해지는 과정이 너무 좋았어요. 같이 밥 먹고, 과제도 하고, 별일 아닌 얘기를 오래 나누는 시간이 좋았어요. 그런데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 순간 그 모든 게 부담으로 바뀔까 봐 무서웠어요. 상대가 저를 거절하면 저는 친구도 잃고, 매일 보던 편안한 얼굴도 잃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계속 좋은 후배, 좋은 친구 정도로만 남으려고 했어요. 좋아하는 마음이 들키지 않게 일부러 다른 사람 얘기도 했고, 연락이 와도 너무 빨리 답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사실은 티가 날까 봐 그랬던 건데, 상대는 제가 정말 아무 마음이 없는 줄 알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그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고, 저는 축하한다는 말밖에 못 했어요.
Q. 고백하지 않은 걸 후회하는지
후회해요. 거절당하는 게 무서워서 아무것도 안 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안 한 채로 잃었으니까요. 적어도 말했으면 제 마음이 어디까지였는지 스스로는 알았을 것 같아요. 지금도 가끔 그 사람을 보면, 제가 좋아했던 시간이 상대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시간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제일 허무해요.
“상대가 나를 좋아할 가능성을
계속 계산하다가 끝났어요”
오현우 / 남 / 25세
Q. 왜 고백하지 못했는지
저는 고백을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확률의 문제처럼 생각했어요.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할까, 답장이 빠른 건 호감일까, 약속을 먼저 잡은 건 의미가 있을까 계속 분석했어요. 그러다 보니 정작 그 사람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못했어요. 좋아하는 사람을 알아가야 하는데, 저는 그 사람의 반응을 해석하느라 바빴던 거죠. 친구들에게도 계속 물어봤어요. “이 정도면 가능성 있는 거냐”고요. 그런데 그런 질문을 할수록 제 마음은 더 작아졌어요. 결국 확신이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상대는 저를 그냥 조심스러운 친구 정도로 생각하게 됐어요. 마음은 있었는데 행동은 계속 늦었어요.
Q. 고백하지 않은 걸 후회하는지
많이 후회하진 않지만 아쉬워요. 그때의 저는 고백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이제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상대 마음만 보지 말고, 내 마음도 좀 믿어보려고 해요.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큰 신호였는데, 저는 그걸 계속 증명하려고만 했어요.
“이미 친구들이 다 눈치채서
오히려 더 말 못 하겠더라고요”
윤소민 / 여 / 27세
Q. 왜 고백하지 못했는지
주변 사람들이 먼저 눈치챘어요. “너 걔 좋아하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괜히 부정했어요. 사실 들킨 것 같아서 창피했고, 그 사람에게도 제 마음이 소문처럼 전해질까 봐 무서웠어요. 좋아하는 마음이 진심이어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 가벼운 장난처럼 보이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더 무심하게 굴었어요. 연락도 늦게 보고, 같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더 챙겼어요. 그 사람이 저한테 말을 걸어도 괜히 딱딱하게 대답했고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아요.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려고 한 행동들이 전부 관심 없는 사람처럼 보였을 테니까요. 결국 그 사람은 제가 자기에게 선을 긋는다고 생각하고 멀어졌어요.
Q. 고백하지 않은 걸 후회하는지
후회해요. 남들 눈치 보느라 제 마음을 제가 제일 먼저 부정했으니까요. 그때는 들키는 게 무서웠는데, 지금은 숨기다가 잃은 게 더 아쉬워요. 좋아하는 마음은 숨긴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나중에 더 민망하고 오래된 후회로 남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힘든 시기라
내 마음까지 얹고 싶지 않았어요”
이가은 / 여 / 26세
Q. 왜 고백하지 못했는지
그 사람이 취업 준비로 정말 힘들어하던 시기였어요. 매번 지쳤다고 했고, 자존감도 많이 낮아져 있었어요. 저는 그런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위로가 아니라 부담이 될까 봐 겁났어요. 그래서 옆에서 밥 먹자고 하고, 이야기 들어주고, 응원하는 사람으로만 남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저도 모르게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옆에 있어주면 언젠가는 알아주지 않을까, 내가 제일 편한 사람이 되면 마음도 생기지 않을까 했어요. 그런데 그건 배려가 아니라 혼자 만든 희망이었어요. 어느 날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이상하게 억울했어요. 제가 너무 배려하다가 결국 제 마음을 아무도 모르게 만든 것 같았어요.
Q. 고백하지 않은 걸 후회하는지
후회와 이해가 같이 있어요. 그때의 저는 정말 그 사람을 생각했지만, 동시에 제 마음도 너무 뒤로 미뤘어요. 사랑은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나를 너무 늦게 꺼내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고요. 이제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상대의 상황만큼 제 마음의 자리도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순식간에 친해졌는데
용기를 내지 못했어요”
장시현 / 남 / 29세
Q. 왜 고백하지 못했는지
처음부터 잘 맞았어요. 좋아하는 영화도 비슷했고, 웃는 포인트도 같았고, 오래 걸어도 대화가 끊기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어요. 이런 사람을 괜히 급하게 고백해서 잃고 싶지 않았거든요. 조금만 더 친해지고, 조금만 더 확신이 생기면 말해야지 했어요. 그런데 그 ‘조금만’이 너무 길었어요. 서로가 편해질수록 고백은 더 어색해졌고, 저는 계속 타이밍을 미뤘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사람이 소개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제야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 선명하게 보였어요. 저는 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좋아하는 사람처럼 행동하지 못했던 거예요.
Q. 고백하지 않은 걸 후회하는지
후회해요. 관계를 아끼는 마음 때문에 말을 아꼈는데, 말을 아끼다 관계 자체가 사라졌어요. 좋아하는 마음은 너무 오래 보관하면 결국 사랑이 아니라 미련이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거절보다 말하지 못한 시간이 더 아깝게 느껴져요.

이 문장에서 한참 멈췄어요. 시작하지 못한 것과 실패한 것은 다르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