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여전히 그대로다. 나이를 먹어도 바뀌는 것이 없다.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파악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것이 큰 기대는 아니겠지?

그래도 나이를 이만큼이나 먹었으니 말이다. 이제 우리 나이쯤 되면 '지혜'를 얻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어른' 냄새는 나야 한다. 하지만 너는 여전히 그대로다. 스물과 스물하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너의 그 젊음을 허비하고 있다는 말이다. 몇 달이 지나고 봐도, 몇 년이 지나고 봐도, 들려오는 너의 소식을 들어 봐도 뻔하다. 너는 그 자리에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너의 백치미와 철부지다운 면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던 때도 있었다. 너는 나와 정반대의 색을 가진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사실 사랑 앞에서 우리의 가치관은 마치 카멜레온처럼 변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와 닮은 사람 앞에 설 때면 '사랑은 나와 비슷한 사람과 해야 한다'라며 우리의 닮음을 엄청난 우연과 운명인 것처럼 내세웠고, 나와 정반대인 사람 앞에 설 때면 '사랑은 정반대의 사람과 해야 한다'라며 우리의 다름이 오히려 운명적 균형이라고 어필했다. 너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서로 다른 우리가 '잘 맞을 수도 있겠다'는 착각을 하던 때도 있었다.


사람은 가까이서 오랫동안 깊게 지켜봐야 한다. 조급할수록 돌아가야 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늘 조급했고, 돌아갈 줄 몰랐다.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너의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사랑에 빠졌다. 후회하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으리라. 멀리서 본 너는 백치미 넘치고 매력 있는 사람이었지만, 가까이서 본 너는 허영심에 가득 차 있고 멍청했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따라 하기에 바빴고, 만나서 카페라도 가면 사진을 찍고 고르느라 대화는 늘 뒷전이었다. 생각해 보니 너와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없다. 대화의 깊이는 늘 얕았고 추상적이었다. 너는 늘 붕 떠 있었다. 하는 행동이나 생활 패턴이 늘 정해져 있어서 네가 어디로 튈지 모를까 봐 두렵지는 않았지만, 언제 어떤 욕구를 어떻게 해소할는지, 뭐가 유행이라면 또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따라갈는지, 또 무엇을 해 달라고 할까 싶어서 머리가 꽤 아팠다.


아무리 사람 사는 방식이 다양하고 저마다 고수하는 방향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네가 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궁금하다. 너에 대한 이야기를 이곳에 전부 쓸 수는 없겠지만, 너는 또 아무것도 모르는 호구 하나 잡아서 연애를 하고 있더라. 나는 너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말이다.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너의 바닥을 잘 알고 있는데 말이다. 아, 안쓰러운 호구는 오늘도 너의 사진을 찍어 주느라 바쁘겠지. 아마 그 사람에게는 네가 공주이려나.

그 사람은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을까?


나는 네가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네가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주제에 맞게 살아갔으면 한다. '있어 보이는 사람인 척'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 '본연 그대로' 살아가면 좋겠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바람일 뿐. 너는 또 유행하는 테토녀니 에겐녀니 테토남이니 에겐남이니, 이따위 것들을 향유할 것이고, 성수동에 새로운 카페가 생겼다는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보면 달려가서 네 시급의 서너 배는 되는 디저트를 소비하겠지.

무슨 신발을 연예인 누가 신었다고 하면 너는 또 제값의 몇 배나 주고 그 신발을 구매할 것이고, 명품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박힌 그 모자와 목도리를 다가올 겨울 내내 쓰고, 두르고 다니겠지. 그래, 너도 그러다 결혼을 하겠지. 그때의 네 모습은 진정 깨닫고 바뀐 모습일까, 아니면 완벽한 거짓으로 꾸며진 모습일까?

궁금한 것이 많다. 묻고 싶은 것이 참 많지만, 너와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다. 이것은 비단 너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리. 우리 세대에 너와 닮은 이들이 깔려 있다는 사실이 내 통탄의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