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대전 언저리에서 시작했던 사랑. 막 스물이 되었던 우리는 차도 없었고 돈도 없었다. 너는 공연으로 버는 돈으로, 나는 버스 탈 돈 아껴 걸어 다니며 모은 돈으로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얼굴 보는 것. 그것만으로 좋았다. 벚꽃은 늘 예상보다 빨리 폈고, 예상보다 빨리 비를 맞아 꽃잎을 떨구었다. 함께 벚꽃 한번 보러 가기가 그렇게 어려웠다. 벚꽃 보러 가자는 말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그해 봄도 그랬다. 너는 그랬다. 벚꽃은 다음 봄에 보자며, 벚꽃보다 늦게 꽃을 피우는 겹벚꽃이 더 예쁘고 좋다는 말에 나는 겹벚꽃을 찾아다녔다. 주택가 골목에서 겹벚꽃 나무를 발견하고 아이처럼 활짝 웃는 네 얼굴은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겹벚꽃으로 하는 뒤늦은 꽃놀이도 좋았다. 내게는 그녀가 전부였으니까. 최선을 주지 못하더라도 차선만큼은 꼭 주고 싶었으니까.


벌써 해가 여러 번 바뀌고 이제는 그 애의 목소리도 기억이 날랑 말랑한다. 그 애가 좋아했던 색깔이 무엇이었는지, 싫어하는 사람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우리가 무엇 때문에 싸우곤 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지만. 그래. 그러다 오늘 겹벚꽃을 봤다. 보자마자 생각이 나더라. 너는 겹벚꽃을 좋아했지.

아니, 사실 넌 벚꽃을 더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벚꽃 한번 보지 못하고 갈라섰지만, 우리가 늘 보던 꽃은 벚꽃이 아닌 겹벚꽃이라 더 기억에 남는 건지 몰라. 오히려 너와 벚꽃을 봤다면 네가 겹벚꽃을 좋아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을 테니까. 건대멋쨍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