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제목 그대로다. 너와 자는 꿈을 꿨다. 간만에 맞이한 휴일이라 늦잠 좀 잘 수 있었음에도 꿈 때문에 일찍 깨버렸다. 말 그대로 너와 '잠'만 잤던 것이라면 꿈에서 깰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일찍 깰 일도 없었을 테고, 이런 글을 쓸 일도 없었을 테다. 하지만 그 '잠'은 말 그대로 '잠'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꿈에서 깰 수밖에 없었다. 잠에서 깼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미련하게 눈만 계속 감은 채로 자그마치 20분이나 누워 있었다는 말이다. 꿈이었다는 사실은 눈을 뜨자마자 인지하였기 때문에 '꿈이 아니기를 바라는' 그런 어리석은 바람은 떠올리지도 않았다. 잠도 다 깬 상태에서 20분 동안이나 눈을 뜨지 않고 있었던 이유는 '다시 꿈으로 돌아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대체 왜 이런 꿈을 꾼 건가' 하는 의문 때문인 것이었다. 네가 갑자기 내 꿈에 왜 등장한 것인지, 등장하는 건 둘째 친다고 하더라도 왜 하필 그 꿈에 나온 너는 나와 몸을 섞었던 것이었는지
세상에는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는 표현보다 알 수 없는 것투성이라는 투박한 표현이 이 상황에 더 잘 어울릴 정도로 말이다.
그래, 이 꿈은 나만 꾼 것이고 의미는 내가 부여하는 중이다. 별 희한한 꿈은 다 꾸는구나 하고 넘길 수도 있는 일인데 말이다. 그 누구도 내가 이런 꿈을 꿨는지 모른다. 너도 내가 이런 꿈을 꿨으리란 상상은 하지 못했으리라 믿는다. 세상은 내가 꿈을 꾸나 안 꾸나 변함없이 흘러간다. 혼란은 오롯이 나만의 몫이다.
어떤 꿈은 여운이 일주일도 간다. 이번 꿈이 그럴 것만 같다. 마치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다. 꿈에서의 모든 순간이 너무나 생생했고, 버퍼링 따위는 없이 매끄럽게 흘러갔기 때문에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현실조차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나는 무언가에 취해 나도 기억할 수 없는 행동을 했나 싶어서, 눈을 뜨고는 휴대폰을 집고 카톡부터 인스타, 문자부터 전화까지 일일이 들어가 내가 흩뿌린 과오가 있는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꿈의 증거를 현실에서 찾으려 한다니 여간 웃긴 일이 아니다.
정신이 조금 들고 나니 현실이다. 나는 누가 시키기라도 한 듯 메모장을 켜서 글을 쓰고 있고, 해는 진작 중천이라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은 나를 놀리기라도 하는 듯하다. 괜한 심술을 햇살에 풀어대는 꼴을 보니 이제 정신이 좀 들긴 하나 보다. 내가 '왜' 이런 꿈을 꿨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런 꿈을 꿨다는 '사실'인 것이다. 모르겠다. 너에 대한 마음을 전부 지운 줄 알았는데, 내 무의식에는 너를 바라는 마음이 자라나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이제 며칠 뒤면 너를 만난다. 이 글이 언제쯤 공개될까. 너를 다시 만나는 그날이면 좋겠다. 나는 네 앞에서 표정을 잘 관리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너는 내가 숨기고 있는 표정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쓰고 나면 정리될 줄 알았는데, 쓰고 나니 더 어렵다. 너를 다시 안 볼 생각으로 질문하고 싶다.
너도 이런 꿈을 꾼 적이 있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