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는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시절인연은 존재한다. 시절인연. 아무리 원해도 때와 인연이 맞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고, 때와 인연이 맞으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일어난다는 뜻인데, 보면 볼수록 맞는 말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때와 인연이 맞지 않아 사랑하지 못했고, 때와 인연이 맞지 않아 '천생연분'이 될 수도 있었던 사람과 그저 남으로 지내거나 멀리서 바라봐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다들 그렇듯 나 또한 '시절인연'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데, 시절인연에 대한 갈망과 아쉬움은 가슴에 품은 채 아무리 문학으로 풀어내도 채워지지가 않는다.


라라랜드는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이러한 시절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잘 담겨 있는 영화가 있다. 라라랜드.

라라랜드를 처음 봤을 때가 언제였더라...

언제 처음 봤는지 기억도 안 난다. 라라랜드! 처음 이 영화를 본 나는, 현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철없던 시절 나는 라라랜드가 '로스앤젤레스에 대한 낭만과 꿈, 희망과 미래로 가득한 영화'인 줄로만 알았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그랬다. 라라랜드는 젊음과 청춘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다. 정작 라라랜드는 다큐인데 말이다.


라라랜드는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개봉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 영화이니 이제는 눈치 안 보고 내용 이야기를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테니 내용 이야기를 해 보자. 영화는 미아(엠마 스톤)와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낸다. 미아는 영화 배우가, 세바스찬은 오리지널 재즈 바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크다. 미아는 카페 알바를 전전하며 오디션을 보지만 매번 낙방하고 말고, 세바스찬은 돈이 없어서 본인 가치관과 맞지 않는 밴드에 들어가서 음악을 한다.


라라랜드는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연애한다는 것은 살얼음판을 걷는다는 것과 같다. 불가능에 가깝다. 사실 마음의 여유는 돈에서부터 나온다. 돈만 있으면 꿈도 이룰 수 있다. 이게 정말 현실적인 부분이 아닌가 싶다. 정말 사랑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나질 않는다. 돈이 없다. 그래서 헤어진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괜한 사소한 것들에 신경질을 내고, 그래서 싸우고, 그래서 헤어지고.


라라랜드는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이 둘은 헤어지고도 각자의 꿈을 위해 달린다. 끝내 이 둘은 각자의 꿈을 이룬다.

그러면서 미아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누군가의 사랑이 되어 다시 피고야 만다. 우연히 남편과 들어간 재즈바에서 미아는 세바스찬을 보게 되는데, 그때 보이는 눈빛은 '시절인연'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듯해 보여서. 그래서, 아, 라라랜드는 영화다. 정말 전부 현실 같지만, 이 부분에서 라라랜드는 영화다. 현실 때문에 헤어진 연인들 중 그 꿈을 끝내 이루는 경우는 잘 없다.

대부분 현실과 타협해서 산다. 그게 현실이니까.


라라랜드는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라라랜드는 현실이다. 그 끝은 영화지만, 엔딩을 제외한 나머지는 현실이다. 그래서 나이 먹고 보는 라라랜드는 다르다.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그 낭만이나 애틋함은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지만, 엔딩은 아련하고 썩 나쁘지 않지만, 그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아, 우리는 왜 나이를 먹어야 성숙해지는가?

나도 누군가에게는 시절인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