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너무 예쁘셔서 그런데 연락처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네?

저요?

네. 남자친구 있으시려나. 아 아니에요.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연락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내일 커피나 한잔하실래요. 네 좋아요. 이름이랑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꼭 이렇게 물어보시니 호구 조사당하는 것 같네요. 오늘 날씨가 좋아요. 그러게요. 시작이 좋네요.

뭘 이렇게 차려입으셨대요. 그쪽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요. 하하. 어제보다 예쁘시네요. 정말요?

근데 어제 저한테 번호 왜 주셨어요?

궁금해서요. 오늘 알아가면 되겠다. 커피만 마시자면서 밥도 먹게요?

잘 통하면 술까지 마시는 거죠 뭐. 헐 진짜 당돌하시네요. 이제 존대 그만하고 말이나 놓죠. 좋아요. 먼저 놓으시면요.


좋아하는 음식 있어?

해산물 빼고 다 잘 먹는 편.

그럼 매운탕에 소주 맛을 모르는 거네?

아니 그건 또 잘 먹어. 뭐야 그게. 술이나 가볍게 마시러 가자. 저기 합정에 괜찮은 곳 아니까. 완전 선수네. 이런 식으로 여자 많이 꼬셨나 봐. 날씨 좋다. 산책하기 딱 좋겠다. 여기서 걸어서 20분이니까 도착하면 딱 배고프겠다. 오빠는 어디 살아?

나는 여기 근처. 상수에서 혼자 사는 중.

그럼 어제는 왜 동대문에 있었던 거야?

나 원래 혼자 돌아다니는 거 좋아해서 이곳저곳 돌아다녀. 넌 어디 살아?

나는 회기. 오 거기 역 앞에 크리스피 도넛 있고 맞지?

아니거든요. 아 거긴 남영역인가. 오빠 이제 거의 다 도착한 거 아니야?

맞아 여기 골목 들어가서 한 번 꺾으면 나와. 합정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되게 조용했는데. 오랜만에 온 거구나?

그치 올 일이 잘 없으니까. 오 웨이팅도 없다. 들어가자. 술은 뭐로 마시게?

소주?

하이볼?

오늘은 소주가 안 당기네. 사실 나 술 잘 못 마시거든.

그럼 하이볼로 두 개 시킬까?

좋아. 얼그레이랑 레몬 먹자. 너 길거리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번호 많이 물어보지?

뭐래 아니거든. 근데 오빠는 번호 한두 번 물어본 게 아닌 거 같던데?

어떻게 모르는 사람한테 그렇게 능글맞게 다가오냐. 하이볼 두 잔 마셨다고 얼굴 빨개지는 거 봐. 밤이라 그런가 더 예뻐 보인다. 낮에도 예쁘다고 했으면서. 더 예뻐졌다는 거지. 어머 자연스럽게 손잡는 거 봐.


오빠랑 요즘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까 하루하루가 기대돼. 어릴 때 산타 할아버지 기다리는 느낌?

처음엔 되게 튕겼으면서 이제 빠진 건가?

뭐래. 처음에는 당연한 거지. 그리고 그때도 오빠가 싫지 않았으니까 번호도 줬지. 나랑 만나 볼래?

늘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함께라면 행복한 날이 더 많을 거야. 웃는 날이 더 많을 거야. 좋아.

언제 말하려나 기다리고 있었어. 오늘까지 고백 안 하면 확 내가 먼저 하려고 했는데. 아깝다. 너한테 고백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 사귀는 사이니까 집 근처까지 데려다줄 수 있겠다. 기왕 데려다주는 거 집 들어와서 맥주나 마시고 가. 청소 깔끔하게 해 놨나 봐?

평소에도 깔끔하게 치우면서 살거든요. 빈손으로 가는 건 예의가 아닌데 우리 안주 하나 사서 갈까?

뭐 먹을래?

나 팝콘 먹고 싶어. 팝콘?

그러면 편의점에서 하나 사서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자. 전자레인지 있지. 에어프라이어도 있거든요.


사랑해. 오빠 나도 사랑해. 아 사랑해. 오빠 너무 좋아. 나도 좋아. 사랑해. 사랑해. 오빠 나 미칠 것 같아. 자기야 나 쌀 것 같아. 아 사랑해. 오빠 너무 사랑해. 진짜 좋았어. 나도 너무 좋았어. 침대 축축한 거 봐. 이리 와서 안겨. 아 부끄럽게. 사랑해. 나도 사랑해.


왜 그랬어. 오빠 미안해. 다음부터 안 그럴게. 괜찮아. 다음부터 그러지 않으면 되니까. 배고프겠다. 배고프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사랑해. 미안해 오빠. 나도 사랑해. 오늘 밥은 내가 살게. 됐거든. 오늘은 밥 먹고 싶어. 저기 김치찌개 잘하는 곳 있던데 거기 가서 먹을까?

라면 사리 하나 추가해서. 나도 밥 먹고 싶었는데 잘 됐다. 좋아.


벌써 우리가 만난 지도 2년이 됐네. 시간 참 빠르다. 함께 쌓은 추억도 이만큼이야. 오빠 만나고 나서 나도 참 많이 바뀐 것 같아. 좋은 방향으로 말이야. 우린 운명인가 봐. 나도 자기 만나고 난 뒤부터 바뀐 것들이 많아. 아무튼 2주년 축하해. 케이크 너무 귀엽다. 같이 열심히 고른 보람이 있네. 식당도 너무 예뻐.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았대. 늘 좋은 곳 데려와 줘서 고마워. 나 살면서 이렇게 큰 꽃다발 처음 받아 봐. 내 몸보다 커. 꽃은 참 예쁜데 때가 지나면 반드시 지잖아. 오히려 그게 멋진 것 같아. 박수 칠 때 떠나는 느낌. 사람들도 그게 되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또 왜 그런 거야?

이제 지친다 정말. 같은 이유로 몇 번째야 이게.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다시는 안 그러겠다며. 지키지도 못할 말을 왜 하는 거야?

왜 그렇게 화를 내?

내가 처음부터 화를 낸 게 아니잖아. 몇 번이고 좋게 말했잖아. 솔직히 말해 줘. 이번에는 지킬 수 있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데?

묻는 말에 대답해 줘. 못 지킬 것 같다면 어떡할 건데?

난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래. 너 진심인 거지?

됐다. 우리 그만하자. 잘 지내라. 이게 그렇게까지 갈 일이야?

2년이 이렇게 가벼워?

2년 동안 안 바뀌는 너는 그럼?

네가 그럴 때마다 가슴이 아파. 너 심장이 시린 기분 아니?

이제 그 기분 그만 느끼고 싶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자. 2년 동안 고마웠다. 안녕. 성북구글싸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