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랑은 '관능적 경탄'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하자면 첫눈에 보고 반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학벌이 어떻고, 집안이 어떻고, 직업은 무엇이고, 성격은 어떤가 따위의 문제가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즉, 상대방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어야 한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소개로 만나게 되는 이성은 '진짜 사랑'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아무래도 선입관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소개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랑에 배고픈 상태'를 전제하는 것이므로, 관능적 열정에 의한 순수한 직관이 불가능하다. '관능적 경탄'은 시각에 의존한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어 보니 감칠맛이 나더라"나 "상대방과 키스를 해보니 뿅 가게 되더라"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까 첫눈에 보고 반하는 사랑은 '상대방의 외모에 대한 경탄'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외모'에는 얼굴뿐만 아니라 키, 헤어스타일, 화장, 옷차림 등이 다 포함된다. '첫인상'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첫인상이 모든 연애의 성패를 좌우한다. 마광수 「자유에의 용기」


사랑은 첫눈에 반해야 가능하다. 아니, 첫눈에 반하는 경우가 아니라도 지인으로 지내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대방의 매력을 느끼고 연애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게 하는 사랑은 뜨겁지 못하다. 자고로 사랑은 뜨거워야 한다. 강렬해야 하고, 세상에 둘밖에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성(性)적인 끌림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상대방을 마주하자마자 입을 맞추고 싶고, 끌어안고 싶고, 손을 잡고 싶고, 그렇고 그런 상상까지 가능하다면, 상대방도 엇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둘은 뜨거운 사랑에 빠져도 좋은 상태인 것이다. 아니, 좀 더 강하게 말하자면 그 둘은 운명인 것이다.


마광수 선생의 말씀처럼 사랑에는 조건이 붙으면 안 된다. 오롯이 날것의 모습 그대로 승부 봐야 한다. 이 사람 연봉이 얼마라더라, 집은 어디라더라, 차는 뭐라더라, 등과 같은 것들은 부가적인 요소일 뿐이다. 매력적인 사람을 더 매력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 되지는 못한다. 당신을 설명해 주는 그 어떤 도구와 수단 없이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당신 모습을 사랑해 주는 사람과 사랑해야 한다. 결혼생활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도 간단하다. '관능적 경탄' 없이 조건을 따져 평생의 동반자를 구하다 보니 어느 순간 현실을 마주하게 되고, 실망하게 되고,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 보니 우울해지고, 상대방의 모든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고,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그래.


첫 만남에 '키스' 혹은 그 이상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랑하고 결혼해야 한다. 물론 성격과 조건을 아예 안 볼 수는 없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관능적 경탄을 느끼는 경우에는 대개 큰 문제 없이 연애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 앞에는 성격이 바뀌고, 규칙이 바뀌고, 사람이 바뀐다. 조건이나 부가적인 요소는 '관능적 경탄' 이후의 고려 요소라는 말이다.

모두 첫눈에 반해 사랑하라! 주저 말고 다가가서 뜨겁게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