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여전히 서울이고 나는 여전히 나야. 너는 여전히 너야?

서울에 왔어. 우리가 헤어지고 처음이니 3년 만인가. 시간 참 빠르다. 벌써 우리가 남이 된 지도 3년이라니. 그치?

서울이 그렇게 멀리 있는 것도 아닌데 이제는 해야 할 일도 있고, 다니는 직장도 있다 보니 너랑 헤어지고 난 뒤로는 서울에 잘 안 오게 되더라. 그래. 다 핑계지. 마음만 먹으면 주말이라도 시간 내서 올라와 이곳저곳 구경이라도 하고 내려가면 되는 건데. 아니다. 혼자 서울에 와서 뭐 하니. 청승맞게 혼자 돌아다니며 구경해서 뭐 하니. 내가 서울을 내 집 드나들듯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서울이 특별히 좋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너와의 사랑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이런 말을 언젠가 하고 싶었어.


서울은 여전히 서울이고 나는 여전히 나야. 너는 여전히 너야?

서울은 여전히 서울이더라. 수원역에서 영등포역을 지나 서울역으로 가는데, 눈앞을 스쳐 가는 한강. 등에 쫙 하고 소름이 돋으며 감각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아니?

한강을 볼 때, 내가 딱 그랬단다. 그래. 서울이구나. 지난 3년 동안 나는 그렇게나 너를 잊기 위해 몸부림쳤는데, 서울에 오자마자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해서. 되살리고 싶지 않던 기억마저 선명하게 떠오르며 소름이 돋았단다.

아, 나는 너를 잊지 못하고 있었구나.


서울은 여전히 서울이고 나는 여전히 나야. 너는 여전히 너야?

나는 여전히 나야. 있잖아, 나는 참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라는 사람의 껍데기가 바뀌었던 것이지 내가 바뀐 게 아니었던 거야. 나는 나름 성숙해졌다고,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너를 온전히 잊고 너와 함께했던 3년이라는 시간은 양분이 되어 나를 성장시켰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냥 착각이었던 거야. 그냥 남들 다 다니는 직장에 다니게 되었고, 살이 좀 빠졌고, 입는 옷 스타일이 바뀌었던 것이지 나는 여전히 나였던 거야. 내가 그토록 잊으려 노력했던 지난날들이 부정당하는 듯해서 괴로웠지만, 너는 나를 신경도 쓰지 않고 살아갈 것 같아서 그것대로 서글프기도 하지만, 이런 감정까지 나의 것이니 감당해 내야겠지.


서울은 여전히 서울이고 나는 여전히 나야. 너는 여전히 너야?

이렇게 혼자 서울에 올라와 든 감정을 기록하고 싶었는데, 막연해서 한 글자도 쓰지 못하던 와중에 우연히 한 사진을 보게 되었네. 딱 봐도 스팸 문자잖아. 그런데 이상하게 저 문장을 보고 나니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술술 써지기 시작하더라고. 그 사진에 나온 문장을 빌려 네게 물어보아.

서울은 여전히 서울이고 나는 여전히 나야.

어때?

너는 여전히 너야?

보고 싶다


서울은 여전히 서울이고 나는 여전히 나야 너는 여전히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