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얼 하며 사시나요?

저라고 별거 있나요.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제가 글을 쓴다고 해서 되게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그렇지는 않아요. 예술 세계와 현실은 다른 법이니까요. 아무래도 저는 늘 '쓰는' 입장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남들과 똑같은 일을 겪더라도 쓰다 보면 더 극적으로 표현되는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이유로 제가 좀 더 감성적이고,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문학 속 주인공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고요, 제가 특별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어요. 그냥 여러분들과 같은 사람이에요. 맛있는 거 먹으면 기분이 좋고, 계절 바뀌면 옷 한두 벌 사고, 한여름과 한겨울을 싫어하고, 유튜브 보고 웃으며 사는 그런 사람이에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가 궁금하셨던 거라면... 그건 말씀해 드리기 어려워요. 이때까지 쓴 글이 많기에 직업군까지 밝히면 너무나도 특정되기 쉬울 것 같아서요.


2. 성북구글싸개라는 필명을 쓰는 이유?

글을 '싼다'는 표현, 거칠잖아요. 한 몇 년 전부터 '싼다'는 표현이 일종의 밈처럼 굳어진 것 같던데, 저는 그보다 10년도 더 전에 제 필명을 '성북구글싸개'로 지었어요. 당시 제가 쓴 글을 올리던 네이버 블로그에서 제가 사용하던 닉네임이 '성북구글싸개'였어요. 그때부터 쓴 일종의 닉네임이죠. 이유는... 생각보다 별거 없어요. 당시 서울은 제게 동경의 도시였고, 제 고향은 탈출해야 하는 공간이었죠. 서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서울로 가고 싶었어요. 하루는 서울에 가면 어디서 살아야 하나, 지도를 켜고 보는데 '성북구'가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거예요. 성북구에 살지도 않는데 대책 없이 필명은 '성북구글싸개'로 지었어요.

정작 서울에 와서 처음으로 산 동네는 성북구도 아닌데 말이죠.


3. 왜 쓰시나요?

쓰면서 사시는 분들은 아마 공감하실 거예요. 써야 직성이 풀리니까요.

하고 싶은 말이 참 많고, 해야 할 말이 참 많아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제 글을 보이고 싶어요. 지금으로부터 십 년도 더 전,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제 글을 읽어 주는 분들이 많아야 여남은 명이었어요. 그에 비하면 지금은 제게 과분한 무대인 셈이죠. 제 글을 읽어 주는 사람이 없을 때나, 있을 때나 꾸준히 써 왔기 때문에, 굳이 '관중'이 있기에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만족시켜 드리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쓰는 것 같아요.


4. 사랑이 뭘까요?

그러게요. 때로는 스스로를 망가뜨리면서까지 하는 것이 사랑이고, 사랑은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죠. 저는 사랑의 시작이 '성욕'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사랑의 시작인 것이지, 사랑의 이유가 '성욕을 해결하기 위함'은 아니니까요. 글쎄요, 사랑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사람마다 사랑에 대해 내리는 정의가 다 다르잖아요?

그런데 저는 아직 사랑이 뭔지 확실히 답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사랑에는 감수가 필요하고, 사랑에는 배려가 필요하고, 사랑에는 변화가 필요하고, 사랑에는 이해가 필요하고, 성숙이 필요하고, 성장이 필요하다지만... 이러한 단어나 행위는 모두 사랑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들이지 '사랑' 자체를 표현 가능한 단어는 아니니까요.

사랑은 어려워요. 만약 사랑이 쉽다면... 아주 단순한 사랑만 해 보셨거나, 아주 운 좋은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5. 가장 정감 가는 글이 있나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저는 제가 쓴 모든 글을 아끼고 좋아합니다. 다시 읽어 보면 부족한 부분도 많이 보이지만, 어쩔 수 있나요.

그럼에도 가장 정감 가는 글을 꼽아 보라고 하신다면... 여러분들께 공개한 글 중에서는 「백행」과 「명동, 크리스마스 겨울」을 꼽아 보렵니다. 「백행」을 선보이고 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대중 앞에 선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만큼 저의 모든 것을 담았으니까요. 그리고 지난겨울,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명동, 크리스마스 겨울」을 선보였지만, 반응이 영 시원찮아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네요. 아쉽지만 별 수 있나요.

어떤 글은 제가 들인 노력보다 반응이 덜하고, 어떤 글은 제가 들인 노력보다 반응이 더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메일링 서비스에서 선보인 글 중에서는 「역전으로 가는 길」과 아직 공개되지 않은 「통영기행」에 가장 정이 가네요.


6. 자주 가는 공간이 있나요?

광화문이나 시청에 자주 가요. 이상하게 끌리는 동네예요. 제 글을 읽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광화문은 저와 유은의 극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던 장소이기도 하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을 좋아했지만, 결국 인연이 닿지 못한 채로 살다가, 몇 년 뒤 광화문에서 우연히 마주했어요. 과거 유은과의 극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던 장소이기에 편애하는 것은 아니에요. 저는 서울에서 가장 서울다운 동네가 광화문이나 시청, 종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제는 주소지도 서울로 바뀐 지도 십 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광화문이나 시청에 가면 이방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설레요.


7.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랑은?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잖아요?

연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케이스죠.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가 행복하거나 좋아서가 아니라, 그 정반대의 경우라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이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글로 풀어 보도록 하죠.


8. 유은은 어떤 존재인가요?

유은은 곧 저예요. 저는 살면서 저와 이렇게 닮은 사람을 처음 봤어요. 닮은 사람을 봤을 때 드는 반가움이라든가 호감 그 이상의 감정을 느꼈기 때문에 연애할 수 있었던 것이겠죠. 유은과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최근 한두 달 사이 우리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은 소설이라고 써도 너무 소설이 아니냐고 욕을 먹어 마땅하죠.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소설 아닌 제 인생에서, 제 사랑에서 벌어진 현실이라는 거예요. 유은을 떠올릴 때면 '아, 인연이라는 것은 존재하는구나'라는 생각과 '결국 사랑도 타이밍이구나'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요. 유은이 이 글을 읽는다면 타이밍은 노력이라고 저를 나무랄 텐데 말이죠. 한때는 동경의 대상이었고, 한때는 인생의 전부였고, 한때는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가, 이제는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네요.

유은이란... 돌아갈 수 없는 내 젊은 날의 아픈 초상이라 답하렵니다. 미안한 부분도 많고, 고마운 부분도 많고, 후회도 많고, 떠올릴 때나 쓸 때면 생각이 많아지는 그런 사람이에요. 유은은 제게 그런 존재인데, 저 또한 누군가에게는 이런 존재일까 하는 궁금증도 들고요.


9. 글을 잘 쓰는 비법은?

타고난 문인이 아닌 이상 많이 쓰는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상준 씨도 늘 강조하시던 부분인데, '경험'이 제일 중요하죠. 경험이 없으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없죠. 많이 경험해 보고 많이 써야 해요. 인제 와서 제가 과거 블로그에 올리던 글을 읽어 보면 정말 형편없지만,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었어요. 시간이 흐른 먼 미래에 지금의 제 글을 읽어 보면 또 비슷한 생각을 할지도 몰라요. '좋은 글은 잘 읽히는 글'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느끼실 거예요. 독서 경험이 적으신 분들도 쉽게 술술 읽힐 테니까요. 저는 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정석적인 제도권 글쓰기 교육을 받아 본 적도 없는 사람이에요. 어려운 문장을 쓴다고 잘 쓰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쉽게 쓰면 글이 가벼워 보이죠. 뭐가 없는데 뭐가 있는 척하면 없어 보이고, 있는데 없는 척하면 가식적으로 보여요. 완급 조절을 하며 이야기를 처지지 않도록 끌어나가는 능력이 곧 글쓰기 내공 아닐까요?


10. 다가올 여름은 어떻게 나실 건가요?

여름... 여름이 오고야 말았네요. 한여름만이 있는 나라와 한겨울만이 있는 나라 둘 중 한 곳에서만 살 수 있다면 고민도 않고 한겨울만이 있는 나라를 고를 제게 있어서 여름은... 참 고통스러운 계절이네요. 늘 무슨 일이 생기면 그 계절은 여름이곤 했어요. 그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간에요. 다시 그 지긋지긋한 여름이 찾아오고야 말았네요. 이상하게도 올해 제 주변에는 가을 타는 사람들보다 여름 타는 사람들이 더 많은 듯해요. 여름나기 꿀팁 같은 건 없어요. 여름은 더워야 여름이죠. 땀을 뻘뻘 흘리며 더워하고, 눅눅한 여름밤 공기를 맞으며 글을 쓰고, 또 살아가다 보면 여름이 지나 있겠지요. 여름의 기억은 미화되기 쉬우니까요. 소설을 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살아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