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졌지만 잘 지내길 사랑했으니까! 헤어진 인연에 대한 기억을 좋게 남기는 일이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헤어진 마당에 '그래... 참 좋은 사람이었어'라고 생각하며 넘기는 것은 어지간한 현자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이유야 간단하다. 이별이라는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수도 없이 많은 고뇌와 갈등, 체념과 번복을 반복하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고, 그 모든 과정을 거치고도 감내해 낼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기에 이별이라는 쉽지 않은 결론을 내렸을 테니까. 그래서 언젠가 「헤어지면 너도나도 개새끼」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도 했던 것이었다. 사랑할 때는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이 되고, 이 사람이 없으면 안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헤어지고 나면 세상 누구보다 증오하는 관계가 된다는 점에서 사랑은 참 아이러니하다.
헤어졌지만 잘 지내길 사랑했으니까! 대개는 그렇지만, 인간은 너무나도 인간이라서, 세상은 그렇게나 간단하지가 않아서 우리는 무언가를 행할 때 '간절히 바라서' 하는 것이 아닌 경우도 있다. 어쩌다 보니 상황 때문에, 환경 때문에,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무언가를 '어쩔 수 없이' 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와 유은의 이별 또한 이러한 축에 속하는 류의 이별이었다. 서로가 너무 미워서 했어야 했던 이별이 아니라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기에. 내가 자초한 '통보'에 가까웠으니까.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데, 적어도 나는 유은을 사랑하는데, 내가 너무나도 어리고 어려서. 지금이야 당연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당시에는 버겁게 다가와서. 연애란 회피보다 대화를 통해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행위인데, 나는 내 귀를 닫고 내 눈만 가리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다. 아직까지도 이토록 유은을 그리워할 줄 알았으면 당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이라도 해볼걸. 피하지 말걸.
헤어졌지만 잘 지내길 사랑했으니까! 헤어진 마당에 유은에 대한 악담을 퍼붓는 것도 웃기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미워서 헤어진 것이 아니고,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 것이 아니었으니까. 당시 내가 유은과의 사랑에서 감수해야 했던 것들은 지금의 내가 감수하기에는 별것도,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불과하지만, 당시에는 이별이라는 결정을 내릴 정도로 감수하기가 어려웠을 만큼 내가 어렸고, 우리 둘의 시기가 맞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가득하다. 나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네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하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다. 마음의 여유가 나지 않아서 너는 내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날보다 그렇지 못한 날이 더 많았다. 가끔 내가 연애하고 있지 않을 때면 네 생각을 하며 우리의 지난 추억을 떠올리곤 했는데, 네가 누구를 만나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더라도 끝내 물어보지는 못했다. 용기가 없어서.
아쉽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인제 와서 우리가 만났다면 참 좋았을 텐데. 지금의 나와 당시의 네가 만났더라면, 그랬다면 내가 감수할 일도, 서로 다툴 일도 없었을 텐데.
왜 우리는 늘상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가. 그러한 순간이 있었기에 우리는 성숙해졌겠지만, 내 성숙의 수단으로 사용된 것이 하필 너라서.
애꿎은 타이밍을 탓한다. 타이밍만 잘 맞았더라면 어땠을까.
헤어졌지만 잘 지내길 사랑했으니까! 헤어졌지만 잘 지내라! 너를 사랑했으니까. 정말 많이 사랑했으니까. 평생 이렇게 오래도록 누군가를 갈망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서. 이제는 진심으로 너의 행복을 빌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당시의 내가 지금의 나처럼 많은 것을 이해하고 감수할 수 있었더라면, 그랬다면 우리가 오랜 연애 끝에 지금의 우리 나이쯤에는 결혼을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가정을 들며 자잘한 후회를 반복하다 보면 끝이 없으니까. 너와의 이별은 필연이었고, 그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기회가 되면 보고 싶다. 시간이 흐르고 흘렀으니 이제는 웃으며 과거를 떠올릴 수 있을 테니까. 시간이 더 지나면 그때는 더 어려워질 테니까. 그래, 나는 지난 세월을 이렇게 살아왔고 이제는 그때의 너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서야. 너무 나의 이야기만 했으니까 이제는 너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요즘 글 안 쓰니?
통 네 글이 안 보이길래 계속 쓰고 있지 매거진 사정상 업로드가 늦어질 뿐... 이미 보낸 글이 몇 개 있는데 다른 글을 먼저 써야겠다. 그리고 그걸 먼저 업로드 해달라구 부탁해야겠다 요즘 바뻐?
괜찮으면 만날까 싶어서 연락할게 다시
